|
이제 미국이 답할 때다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자 회담 참가 설득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한 발언은 두 가지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6자 회담 불참과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지난 10일 북한 외무성 성명은 협상용이라는 게 그 첫째이고, 둘째는 미국이 새로운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의 의도가 분명해진 이상 이제 미국이 진전된 협상안을 내놓을 때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라고 밝힘으로써 핵 계획을 폐기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했다. 우려했던 상황 악화 발언도 없었다. 그는 또 조건이 갖춰지면 어느 때든지 6자 회담에 나갈 것이라며 그 조건으로 ‘미국이 믿을 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하는 것’을 들었다. 대북한 안전보장 및 보상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이런 태도는 나름으로 일관성과 합리성을 갖는다. 미국내 강경파가 북한의 체제 붕괴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한 실질적인 협상 진전이 이뤄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6자 회담의 미국 쪽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주한대사는 “미국이 지난해 6월 마련한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며, 북한이 원한다면 추가설명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미 결렬된 이전 회담의 안을 다시 내놓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우려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이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며, 중국의 견지와도 차이가 난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왕자루이 부장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친서에서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에 대해 이해를 나타냈다.
북한이 협상을 통해 핵을 폐기하겠다고 하는데도 미국이 무조건 핵 포기를 요구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나치다. 진정 핵 문제의 해결을 바란다면 이런 태도는 바꿔야 한다. 우리 정부도 북한과 미국이 건설적인 안을 갖고 마주앉을 수 있도록 외교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