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2 18:26
수정 : 2006.06.02 19:14
사설
지방선거 후폭풍이 거세다. 경제정책도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다. 현정부의 경제 실정이 민심 이반을 초래했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보수 언론은 정책 방향의 대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사실 초라했다. 집값과 서민생활 안정을 부르짖었지만 성과는 참담했다고 할 만하다. 복지와 분배를 중시한다는 한편에선 노동정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에서 보듯 신자유주의로 흐른 정책 노선의 혼선은,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등돌리게 했다.
경제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은 옳다. 그러나 경제정책의 보수화는 경계해야 한다. 지방선거 참패를 경제정책 방향의 총체적 실패와 동일시하는 시각은 위험하다. 벌써 내수 진작책을 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재벌정책 등 필요한 시장 규제까지 풀라는 시장 근본주의자들의 목소리는 높아질 터이다.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제도에 대한 보수세력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물러난 뒤 경제팀을 관료 출신이 장악하고, 정권 말기로 갈수록 정치논리가 스며들 여지가 커지는 점 역시 변수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댈 곳은 원칙과 기본이다. 경제정책에서 민심을 잃은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짚어야 한다. 보수세력의 지지까지 얻으려고 좌우로 흔들리다 보니 중산·서민층 지지기반까지 잃어 버린 게 본질이다. 양극화 해소에 힘쓰겠다면서도 실제로 한 것은 없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이란 뜬금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수백만 서민을 한계선상으로 몰아넣은 신용불량자 문제만 봐도, 보수층의 ‘도덕적 해이론’에 신경쓰다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아마추어적 경제관리 능력 부족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할 건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건 한 게 더 큰 실패 원인이다.
정부의 남은 임기는 일년 반에 불과하다. 새로운 경제개혁 정책은 기대할 수도 없고, 정부에 추진할 동력도 없다. 정부가 경제정책 면에서 택할 길은, 원칙을 지키면서 중산·서민층이 실제로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챙기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양극화 해소는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경제정책 궤도 수정이 아니라 궤도를 더 가다듬는 게 지금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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