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6 17:55
수정 : 2006.06.06 17:55
사설
제주도에서 열린 제12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어제 채택한 아홉 가지 사항의 합의문과 ‘경공업 합의서’는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든 남북 경협의 이정표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경협은 이제 성숙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특히 경공업 합의서는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라는 이름처럼, 남쪽이 경공업 원자재를 북쪽에 제공하는 대신 북쪽의 지하자원을 함께 개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업적 거래 형식을 갖춘 첫 남북 경협이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유무상통 방식의 경협 모델이기도 하다. 합의서가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함경남도 단천 지역을 민족공동 자원개발특구로 지정하자는 남쪽 제안도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합의문에서 명시한 한강하구 골재채취 사업도 의미가 적지 않다. 남쪽 모래 수요의 상당 부분을 충족시키는 것과 함께 북쪽 군부를 경협에 끌어들이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쪽이 제안한 경제 및 자원개발 분야의 제3국 공동 진출도 러시아 극동지역 에너지 개발 또는 한반도 종단 에너지 파이프라인 구축 계획 등과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경공업 합의서는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다가 무산된 경의·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실시와 연계돼 있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시험운행이 오는 8월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합의서의 전체 틀이 흔들리는 것을 물론, 합의문의 다른 조항도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 열차 시험운행은 북쪽 군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합의는 경제 부문에서 다져진 남북 협력이 군사 부문으로 확대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된다. 북쪽의 책임 있는 태도가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엄중하다. 미국이 대북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6자 회담이 열리지 않은 지 반년이 훨씬 지났다. 미국 강경파와 발을 맞춘 일본은 재무장에 열을 올리고, 고도성장과 함께 중국의 중화주의도 함께 팽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신뢰를 다지고 민족공동체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반도를 포함해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담보하는 초석이 된다. 중요한 것은 남북의 성실한 실천이다. 좋은 청사진도 서로 선의에 바탕을 둔 빈틈 없는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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