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7 20:57
수정 : 2006.06.07 21:00
사설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을 이끌 신임 대법관 후보 다섯 사람이 확정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이용훈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을 즉각 수용해 앞으로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임명 동의 절차만 남게 됐다. 임명제청된 신임 대법관에는 개혁 성향 두 사람에 보수 성향 세 사람, 직역별로는 검찰과 여성 몫이 한 명씩 배정됐다. 대법원의 변화와 안정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이 대법원장의 고심이 역력히 엿보인다.
대법원은 “전문적인 능력과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조화시킬 수 있는 지혜, 시대정신과 미래 지향적 사고”를 인선 기준으로 삼았다지만, 기수와 서열을 중시한 조직 추스르기용 인사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5명 중 4명을 법원장급 내부 인사로 채우고 검찰 출신이 1명을 차지해 이른바 ‘정통 법관’이 득세했다. 학계와 재야, 비서울대 출신, 사시 20회 이상 젊은 법관은 모두 제외됐다. 물론 출신 직역보다는 성향과 자질이 우선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자천타천 물망에 오른 개혁 성향 후보들을 빼면, 무색무취하거나 보수적인 고참 법관들로 나머지를 채웠다. 지난해 교체된 세 대법관과 비교하면 인적 구성의 다양화 측면에서 상당히 후퇴한 셈이다. 혹시 ‘코드 인사’라는 보수언론의 비판 등을 의식해 절묘한 조합에 신경쓴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아쉽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인선이 ‘절반의 성공’이라는 자평이 흘러나오는 모양이다. 개혁·진보 성향의 대법관이 상당수 포진함으로써 과거 보수 일색이던 사법권력 편향이 상당히 해소돼 전향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물론 긍정적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대법원의 인적 구성이 다양한 사회적 가치와 이념을 반영한 합리적 균형을 갖췄다고 보기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이번 대법관 인선은 대법원의 성격을 가를 중대 사안이어서 그 인적 구성에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터였다. 특히 2009년까지 대법원의 인적 구성에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새 대법관들은 성향을 떠나 실질적인 대법원 개혁에 앞장서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형식적인 동의 절차나 시대착오적인 정치공세에 그치지 않고 대법관의 자질과 능력을 꼼꼼히 따져 국민에게 알리는 건 국회의 몫이다.
광고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