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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8 21:00 수정 : 2006.06.08 21:00

사설

지금 한국과 프랑스에선 서로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가능성을 보여주는 행사들이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지난 4일로 120돌을 맞은 두 나라 수교를 기념하려는 것들이다. 오늘 새벽엔 한명숙 국무총리가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유 궁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행사들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두 나라의 이해와 관계 증진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하는데도 두 나라의 관계 발전을 막는 것이 있으니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가 그것이다. 수교 20년 전 프랑스 군은 강화도를 침략해, 왕실 도서관에 해당하는 외규장각을 약탈했다. 외규장각엔 당시 6천여 종의 도서와 의궤가 있었다. 이 가운데 프랑스 군은 191종 297책을 가져갔고, 나머지 도서는 불타 버렸다. 프랑스는 그로부터 지금까지 140년 동안 탈취한 보물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외규장각 도서는 유네스코 세계 기록문화 유산으로 지정됐다. 한국 정부가 이 도서의 반환을 거듭 주장하는 것은 그런 문화적 가치만이 아니라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권국가였던 조선은 프랑스 군한테 왕실 도서관까지 유린당하는 치욕을 당했다. 프랑스는 그렇게 약탈한 문화재를 지금까지 국립도서관에 자랑스레 전시하고 있다. 침략과 침탈의 역사가 이렇게 버젓한데 어떻게 관계발전을 바랄 수 있을까.

게다가 프랑스는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를 장삿속으로 이용해 왔다. 프랑스 국가원수는 1993년 고속철 기종선정 협상 과정에선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약속했다가 협상이 매듭지어지자 약속을 백지화했다. 이후 협상에서 프랑스 쪽은 우리의 다른 왕실 도서와 맞교환 대여 형식을 추진했다. 2차대전 뒤 독일군이 약탈한 고갱·세잔·모네 등의 그림과 문화재를 고스란히 되받았던 나라로서 참으로 염치없는 요구다.

한 총리는 어제 프랑스의 총리와 대통령에게 직접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거듭 요구했다고 한다. 물론 프랑스 정부가 쉽게 응할 리 만무하다. 그랬다가는 루브르박물관이 비어버릴 것이다. 문화재 환수는 소장 국가가 거부하면 어렵다. 따라서 반환 협상은 상대의 명분을 살려주면서, 우리는 명분과 실리를 함께 확보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조사연구-요구-환수’의 장기전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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