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8 21:00
수정 : 2006.06.08 21:00
사설
북한이 어제 납북자 김영남씨와 남쪽에 사는 어머니가 곧 만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16살 때인 1978년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실종된 뒤 북쪽에서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와 결혼해 딸 혜경(19)양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과 일본 정부는 김씨가족과 혜경양의 유전체 비교를 통해 두 사람이 혈연관계일 가능성이 높음을 밝혀냈으나 북쪽은 사실 여부에 침묵해 왔다.
북쪽이 김영남씨와 혜경양의 아버지가 같은 사람임을 사실상 인정하고 모자 상봉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은 그나마 의미 있는 진전이다. 남북과 일본이 함께 얽힌 김씨 사건의 진상을 확인하고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씨 사건은 과거 북쪽이 분명한 의도를 갖고 남쪽 젊은이를 납북한 사례의 하나로 꼽히는 터여서, 납북자 문제를 푸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일본도 요코타 메구미 사건을 북한이 저지른 일본인 납치의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교착상태인 북-일 수교 교섭의 내용과 속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납북자 문제는 교류·협력 중심의 남북관계에서도 여러 군사 문제와 함께 피해갈 수 없는 현안이 됐다. 지난 4월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새롭고 중요한 의제’로 제기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런 점에서 북쪽이 김영남 사건과 관련해 “북남 적십자 회담들에서 이런 문제를 북과 남의 흩어진 가족·친척 문제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고 한 것은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 모자 상봉과는 별개로 과거사 청산이라는 틀에서 김씨 사건 등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 북쪽의 결단을 촉구한다.
북쪽이 전향적으로 자세를 바꿀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가는 남쪽의 노력도 중요하다. 우선 북쪽의 과거 잘못을 일방적으로 추궁하는 식의 접근은 피하는 것이 좋다. 사실 관계를 분명히 밝히되 관련된 이들의 고통과 역사의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민족공동체 형성을 뒷받침하는 미래 지향적 태도가 뒤따라야 한다. 납치 문제가 전부인 양 대북 공세를 강화하는 일본에도 자신의 과거 잘못과 동아시아의 앞날을 모두 고려한 균형 있는 접근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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