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9 21:06
수정 : 2006.06.09 21:06
사설
한국교육방송이 대학 수학능력 시험 강의 교재를 팔면서 다섯 배의 폭리를 취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게다가 이 수익금으로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고 일부 직원은 교재 판매업자한테 뇌물까지 받았다고 한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출자기관이 학부모를 상대로 잇속을 챙겨 자기들끼리 돈잔치를 벌였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교육방송의 수능 강의 교재값은 권당 평균 6천원으로 고교 1년 기본과정만 따져도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수능 출제와 연계한다는 방침에 따라 싫든 좋든 교재를 샀다. 교육방송은 이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교재 출판을 직영으로 바꾸고 아예 판매가를 ‘제조원가의 5배’로 정해뒀다고 한다. 애초부터 독점적인 생산·판매권을 이용해 단단히 수익을 챙기려 한 것이다. 덕분에 교재 판매수익은 2.5배, 당기 순이익이 4배 이상 불어났지만, 약속대로 수능 교육 인프라에 재투자한 돈은 14여억원에 그쳤고, 그 세곱절이 넘는 43억원을 각종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수능 강의는 서민들의 사교육비 부담과 지역간 학력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며 시작한 교육정책이 아니던가. 이런 취지와 자신의 소임을 망각한 전·현직 경영진의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마땅하다.
더 큰 문제는 교재값 인하에 소극적인 교육방송의 태도다. 감사원 지적 이후에도 교재값은 8% 안팎의 흉내내기 인하에 그쳤다. 판매관리비 등을 따지면 실제 이익이 많지 않다고 항변하지만, 알토란 같은 교재 판매 수익금을 놓치기 싫은 게 진짜 속내다.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의 안이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엄정하고 지속적인 집행관리를 통해 터무니없는 교재값을 제조 원가 수준으로 대폭 낮춰야 한다.
수능 강의의 품질 강화도 시급한 문제다. 다른 유료 인터넷 강의보다 부가서비스나 다양한 정보가 미흡하다는 게 수험생들의 항변이다. 동시 접속자 수가 10만명 안팎이던 인터넷 강의는 지금은 수천명 수준으로 줄었다.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층 수험생들한테 수능 강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방송 인력 중심에서 벗어나 교육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다양하고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예산권 등 자율성이 한층 높아진 교육방송의 허술한 이사회 운영과 관리·감독 구조 또한 제대로 손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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