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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9 21:07 수정 : 2006.06.09 21:07

사설

한국 영화의 일본 수출액이 격감하고 있다고 한다. 2004년 4000만달러, 2005년 7500만달러로 치솟던 것이 올해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류 운운하며 떠들썩했던 것이 무색하다.

국내 영화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올 들어 우리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1월 77.8%, 2월 68.4%, 3월 66.3%, 4월 45.8%, 5월 33.9%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5월 외화의 점유율이 65%에 이른 것과 비교된다. 일부에선 월드컵 광풍을 피하려고 우리 영화계가 대작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4월 전국 관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2.8%나 늘었다. 월드컵 바람 속에서도 관객들은 지난해보다 더 열심히 영화관을 찾아갔던 셈이다.

문제는 작품성에서 찾아야 한다. 1, 2월 한국 영화가 최고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왕의 남자〉 등 한두 편이 관객을 대거 끌어들인 탓이었다. 나머지 작품은 대부분 제작비도 건지지 못했다. 흥행 실패를 안타까워할 정도로 작품성을 갖춘 영화도 별로 없었다. 일본에서 한국 영화의 퇴조도 사실, 오로지 한류 스타의 얼굴에 의지한 영화나 제작해 팔았던 탓이었다.

할리우드 대작에 주요 시간대 4~5개의 스크린을 몰아서 배정하고, 한국 영화는 언저리 시간에 걸다가 1~2주 만에 떼어버리는, 멀티플렉스 극장의 상업성을 탓하는 지적도 있다. 비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관객이 외면하는 영화를 마냥 내걸고 있으라고 할 순 없다. 극장은 독립투쟁하는 곳이 아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대부분 극장은 1·4분기에, 크게 줄어든 스크린쿼터를 이미 채웠다. 하반기부터는 흥행이 안정적인 할리우드 대형영화들을 마음놓고 걸 수 있다. 그런 외화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한국 영화로는 〈괴물〉 〈한반도〉가 맞서길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스크린쿼터의 축소만 탓할 때가 아니다. 위기는 할리우드 흉내내기에 급급했던 영화계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영화계는 언젠가부터 자본과 스타에 기대어 말초적 흥미나 자극하는 데 열중했다. 그 결과 아시아에서 할리우드 코드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것으로 어찌 경쟁할까. 한국 영화가 살 길은 할리우드와는 다른 작품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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