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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3 18:30 수정 : 2005.02.23 18:30

인기 절정을 향해 치닫던 한 여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언론 보도도 요란하다. 신문과 방송도 그렇지만, 인터넷 매체, 특히 포털 사이트는 이 사건으로 도배질하다시피 하고 있다. 진실이야 당자말고는 알 수 없는 노릇인데도 대부분 그럴싸한 추정과 근거 없는 분석으로 흥미 위주로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노출 연기에 따른 자괴감이라더니, 어느새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과잉 몰입이 원인이었다는 진단을 내린다. 한 여배우의 자살로 사회 전체가 요란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인기 있는 연기파 여배우의 갑작스런 자살은 대중적 관심사가 되기에 충분하고, 그러기에 언론의 보도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언론의 상업주의에 맞물리게 될 때, 또다른 문제를 파생한다. 사실과 전혀 관계 없는 선정성도 문제지만,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무디게 하고, 젊은이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는 사회적 환경이나 사회병리학적 상황에 대한 관심을 오도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는 젊은 세대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이들이 선도하고 있는 상업주의와 선정주의는 경계해야 마땅하다.

얼마 전, 비정규직 노동자 한 사람이 자살했다. 비정규직으로서의 설움과 아픔을 고백하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겼다. 이 사람의 자살은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돈이 안 되고, 말초적 영향력의 확대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일 터이다.

지금 우리 시민사회는 부쩍 성숙해 있다. 민주주의적 역량도 만만치 않고, 사회문화적 사건에 대한 감식력도 그렇다. 여배우의 자살과 노동자의 자살, 이 두 사건의 무게를 공정하게 잴 시민사회의 역량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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