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새 행정수도 건설이 필요하다고 믿는 우리로서는 이번 여야 합의 내용이 다소 실망스럽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행정도시가 과연 어느 정도 규모여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교·안보뿐 아니라 행정자치부 등 서울에 남기기로 한 6개 부처는 너무 많다. 특히, 지방 분권을 강력히 추진하고 앞장서야 할 행자부가 서울에 남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실 이번에 여야가 합의한 행정도시 규모는 기형적이다. 외치와 내치의 중심인 외교·안보 부처와 행정자치부 등을 서울에 남긴다고 했지만 정부 부처란 게 이렇게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야의 명분 싸움 과정에서 행정도시 규모가 흥정거리로 전락해버린 느낌이다. 결국 서울과 행정도시에 있는 정부 부처 비율이 1 대 2가 되는 셈인데, 앞으로 운영 과정에서 적잖은 낭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행정도시 건설에 여야가 합의한 것은 일단 큰 진전이다. 이제 정부 예산 규모, 이전 부처 등이 확정됐으니 후속 입법 등을 서두르기 바란다. 이미 1년의 시간을 허송한 만큼 더 늦어지면 토지 수용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새 행정수도 건설을 요구하고 있는 충청권 주민들의 반발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행정도시 규모 등에 여야가 합의하긴 했지만 이것이 최종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합의안 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되 행정도시 건설 과정에서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라도 수정할 수 있다고 본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애초 구상했던 행정수도 건설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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