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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2 19:30 수정 : 2006.06.12 19:30

사설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이 오늘 아침부터 거의 종일 한국팀의 월드컵 첫 경기 소식으로 채워진다고 한다. 공중파 3사의 방송 일정을 보면, 축구 관련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다른 프로그램들을 구색맞추기로 끼워넣은 형세다. 관심이 쏠리는 토고와 첫 경기가 벌어지는 날이라는 걸 고려해도 정말 심하다. 이 정도라면 아무리 축구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도 신물이 날 지경이다.

그래서 방송사 책임자들에게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이 과연 정상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시청자들을 이렇게까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 물음에 자신있게 답할 수 없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편성표를 바꿔야 옳다. 공영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민영방송 또한 이렇게까지 시청자를 무시할 권리는 없다. 다른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시청자의 욕구도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 방송 전파는 공공의 자산이고 방송사들은 단지 이 자산을 빌려서 쓰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방송사들이 스스로 바로잡지 않는다면 방송위원회라도 나서야 한다. 방송위는 이런 비상식적 방송 편성을 막을 책임이 있다.

요즘 이래저래 ‘재미’를 못 느끼는 많은 국민들이 우리 축구팀의 선전을 기대하는 재미로 산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기대를 거는 사람이라도, 축구 경기 하나에 나라의 운명이 걸렸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 그저 우리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승리해주길 바란다. 그뿐이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을 바보로 취급하고 있다. 나라 전체의 운명이 마치 토고와의 경기 결과에 달렸기라도 하듯 요란을 떠는 건 스스로 ‘바보상자’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월드컵 바람 속에 다른 국가적 관심사들이 묻히는 현상을 따끔하게 비판하는 프로그램까지 당장 편성하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일 것이다. 방송들도 월드컵에 쏠린 사회적 관심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월드컵 광고 특수를 기대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도껏 해야 하는 법이다. 시청자들로부터 월드컵 재미를 빼앗아 갈 정도로 과잉 편성 경쟁을 벌이는 건 방송사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서도 피할 일이다. 방송들이 이성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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