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2 19:35
수정 : 2006.06.12 20:11
사설
교장 공모제 도입을 뼈대로 한 교원승진제 개선 합의 시안은 그 형식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갈등하던 전교조와 교총,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단체 출신의 교육혁신위 교원정책특위 위원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실천 가능한 공통분모를 도출해 성안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였지만, 사회적 합의로 손색이 없는 시안이었다.
그러나 이 합의안은 얼마 전 교원정책특위 전체회의에서 부결됐다. 표면상 대학이나 연구소 출신의 전문가 집단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지만, 이런 결과를 낳게 한 데에는 교육부나 교총이 크게 기여했고, 전교조의 방관도 힘이 됐다. 이해 충돌이 특히 격렬한 교육계에서 사회적 합의만큼 유효한 수단은 없는데, 집단의 이익과 고집이 교육적 합의를 봉쇄한 것이다.
합의 시안은, 교장공모제의 경우 초기 2년 동안 교육청별 초·중등 2개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가 학부모 총회의 동의를 거쳐 도입하도록 했으며, 나머지 학교는 현행 교원승진제를 개선해 실시하도록 했다. 이들은 근무평정제 등 현행 교원승진제도의 문제점에 공감했고, 학교 사회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보직형 교장제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런 공감대 위에서 장차 교육계에 거대한 폭풍을 몰아올 교장공모제의 단계적 도입에 합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체회의가 열리던 날 교육부는 합의 시안에 반대하는 이유를 담은 자료를 특위 위원들에게 배포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현 제도를 약간 변형한 초빙교장제를 추진했다. 교장 교감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한계를 반영한 것으로 지적됐다. 교총은 현 교장자격증제의 유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문가 집단은 세부 내용과 절차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전교조는 그저 완벽한 학교자치만을 요구했다. 각자 철학과 이해는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교장 공모제 저지에 연합했다.
합의 시안을 제시한 이들은 어제 특위를 떠났다. 교장공모제 도입을 통해 교원평가와 근평제도 개선, 성과급 차등지급 등 현안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려 했던 이들의 기대도 유보됐다. 그렇다고 이를 막아선 교육부, 교총, 전문가 집단과 전교조가 새로운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혁신위 본회의에 기대를 걸기도 하지만, 새 합의를 도출할 지는 미지수다. 사회적 합의의 거부로 인해 교육개혁은 더 깊은 수렁에 빠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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