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3 18:52
수정 : 2006.06.13 18:52
사설
서울대 총학생회장 황라열씨가 그제 탄핵됐다. 선거 때 경력 사항을 사실과 다르게 표시하고, 학내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지 않은 채 한총련 탈퇴를 결정한 게 주된 탄핵 이유라고 한다. 학생 대표에게 필요한 도덕성과 민주성이 부족하다는 게 학생들의 판단인 듯하다. 학생들이 이런 판단으로 탄핵하는 것이나 당사자가 그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는 모습이나 모두 보기에 좋다. 학생들에게는 역시 나름의 순수함이 남아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자정능력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칭찬만 하고 넘어가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황씨는 선거에서 백댄서, 배추장수, 게임업체 사장 등 다양한 경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는데, 경력을 치장하려다 〈한겨레21〉 수습기자처럼 사실과 다른 내용까지 덧붙이는 잘못을 범했다. 그의 과욕만 탓할 수 없는 건, 총학생회장 후보의 다양한 경력이 장점으로 여겨지는 현실 탓이다. 뭐니뭐니해도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 학생들을 옥죄고 통제하려는 뜻에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처지에 맞게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황씨의 화려한 경력은 학생다움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서 복지에 쓰겠다는 공약 또한 학생답지 않다.
학생다움은 그 집단의 처지나 특성뿐 아니라 사회·역사적 맥락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아마도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취직, 공부, 연애하는 것 말고 나라 걱정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을 것이다. 작가 조정래씨가 서울대 강연에서 “한 사회집단에서 혁명이 성공하려면 1%의 행동하는 사람과 10%의 지지자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있다”며 대학생들의 사회의식 부족을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이런 요구는 선택받은 이들로서 대학생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다. 그것을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할지라도 요구 자체를 거부하지는 말아야 한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대학의 민주적 운영,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 등도 중요하고, 이를 요구하고 쟁취하는 것도 총학생회의 몫이다. 한마디로 총학생회는 제대로 운동하는 기구여야 한다. 학생들의 권익과 사회적 책임을 두루 적절하게 배분할 줄 아는 ‘참된 운동권’ 총학생회를 기대한다. 이는 서울대뿐 아니라 모든 대학 총학생회에 두루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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