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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4 20:44 수정 : 2006.06.14 20:44

사설

우리나라 축구팀이 독일 월드컵 첫 상대인 토고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월드컵 원정 경기에서 따낸 첫 승리이자, 고전하고 있는 아시아 출전국들의 자존심을 세운 경기였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승부를 뒤집은 딕 아드보카드 감독의 지혜와 선수들의 뒷심은 더욱 빛났다. 경기장뿐 아니라 나라안팎 거리와 광장, 티브이 앞에 모인 ‘12번째 선수’들이 함께 일군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조 예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지만 남은 유럽팀과의 경기는 고전이 예상된다. 좋은 출발로 자신감을 얻은 만큼 ‘4강 신화’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승리는 거뒀지만 아쉬움도 많다. 수적 우위에도 경기를 완전히 지배하지 못했고, 역전에 성공한 뒤에는 공을 돌리며 맥빠진 경기를 펼쳤다. 승리를 지키려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보기엔 왠지 불안했고, 승리에 집착하는 듯한 경기 매너에 많은 축구팬들은 야유했다. 4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축구의 힘은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한 투혼이었고, 그것이 바로 4강 신화의 주춧돌이었다. 국민이 염원하는 ‘다시 2002’는 단지 최상의 경기력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이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세계를 다시 한번 감동시킨다면 승패를 떠나 박수를 보낼 것이다.

‘붉은악마’들의 모습 또한 예전같지 않다. 엊그제 응원 인파가 모인 전국의 거리와 광장, 운동장에는 경기가 끝난 뒤 신문지와 물병, 종이컵 등 쓰레기가 넘쳐났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폭죽을 터뜨려 건물에 불이 옮겨붙는가 하면, 오토바이 폭주족들은 새벽까지 위험한 질주를 벌였다. 2002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모였지만 뒷자리는 깨끗했고 안전 사고도 거의 없었다. 외신들이 붉은악마의 폭발적인 거리응원 열기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감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은 이유였다.

이번 월드컵의 모토는 ‘친구와 하나되기’다. 한-일 월드컵 때 붉은악마는 자국 응원단이 별로 없는 참가국을 자발적으로 응원해 세계 축구팬들한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록 곡절이 있지만 아시아의 대표로 함께 나선 일본의 패배를 응원하면서 과연 ‘아시아의 자존심’을 자임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지구촌 축제답게 경기도 응원도 더 성숙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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