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5 21:28
수정 : 2006.06.15 21:28
사설
영국 석유화학회사인 비피(BP)가 발표한 세계 에너지 연례보고서는 우리의 에너지 소비 행태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지난해 세계 에너지 소비는 전년보다 2.7% 늘었는데, 한국의 증가율은 3.7%나 됐다. 세계 9위의 에너지 소비대국이고 경제가 성숙단계에 와있는 나라치곤 너무 높은 증가세다. 에너지 소비가 정체 상태거나 감소세인 주요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통계로만 보면 우리는 에너지자원 빈국임에도 자원 부국처럼 펑펑 써대는 모양새다
지난해 에너지 수입에 우리는 667억달러나 썼다. 수출 1, 2위 품목인 반도체(300억달러)와 자동차(295억달러) 수출액을 합한 것보다 많다.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21.4%에서 지난해에는 25.5%로 높아졌다. 수출이 어려워지기라도 하면 경상수지와 외환 사정을 금방 압박할 수 있는 요인이다.
석유화학과 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업종의 비중이 큰 산업구조가 걸림돌이나, 그 핑계만 대고 있을 한가한 형편이 못 된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에너지를 적게 들이는 고부가가치산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 교과서같은 얘기라고 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경제가 언제 에너지발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갖고 애쓰면 성과는 한층 커질 수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에너지 투입량을 나타내는 에너지원단위가 정보기술(IT) 산업이 커지면서 조금씩 줄고 있는 건, 길이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위기가 눈 앞에 닥치면 법석 떨다가도 형편이 좀 나아지면 언제 그랬냐 식의 에너지·산업정책이 반복됐다. 금방 효과를 낼 뾰족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나, 지금도 정부 당국자들한테서 위기 의식이 별반 읽혀지지 않는 건 문제다.
보다 중요한 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위기 불감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전등 하나 더 끄고, 지나친 냉·난방을 자제하는 등 작은 실천에서 시작하는 절약 생활화가 아쉽다. 예컨대 선진국에 견주어 겨울에 더울 정도로 불을 때고 여름엔 추울 만큼 냉방 온도를 낮춰왔던 걸 부인할 수 없다. 이런 모습은 지난해 가정·상업용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8.4%에 이른데서도 잘 나타난다. 에너지 값이 크게 오르고 자원 민족주의가 고개 들고 있는 때임을 정부와 국민 모두 다시 한번 새겼으면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