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6 19:36
수정 : 2006.06.16 19:36
사설
한나라당이 거꾸로 가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부인이 공천 희망자로부터 4억여원의 돈을 받아 재판을 받고 있는 김덕룡 의원이 곧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한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98년 15대 총선 때 1197억원에 이르는 불법 선거자금을 집행했던 책임자였던 강삼재 전 의원은 다음달 26일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경남 마산갑 지역의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려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5·3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고자 스스로 의원직을 던졌던 맹형규 의원도 슬그머니 재출마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다 명분이 없을 뿐더러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김덕룡 의원의 태도는 ‘아내가 한 일이라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것으로, “술김에 한 일이라 성추행은 무죄”라며 버티는 최연희 의원을 생각나게 한다. 강 전 의원의 경우는 더 심하다. 그는 1천억원의 선거자금 출처가 애초 검찰이 기소했던 안기부 예산이라기보다는 정황상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법적으로는 무죄를 받았지만, 출처가 어느 쪽이든 거액의 검은 선거자금을 뿌린 ‘원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들의 뻔뻔한 행동보다 더 큰 문제는 입만 열면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를 버젓이 부추기고 있는 점이다. 김 의원이 두 달 만에 마음을 바꾼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다음달 전당대회에 나서는 당 대표 후보자들이 호남에서 김 의원의 도움을 얻기 위해 그의 탈당이나 의원직 사퇴를 적극적으로 만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 전 의원의 복귀 움직임 뒤에도 당 중진들이 있다. 당 대표에 출마할 예정인 강재섭 의원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강 전 의원처럼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내대표를 노리는 김무성 의원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고 지지했다. 어제까지 대표를 맡았던 박근혜 의원은 그동안 정치를 타락시키는 이런 행위들을 두고 한마디 질책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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