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9 19:32
수정 : 2006.06.19 19:32
사설
교육부는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공영형 혁신학교(혁신고) 시범운영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등 자율학교와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실험에 이어 새로운 고교교육 실험을 하나 더 하기로 한 셈이다.
새 실험은 앞선 실험들이 수월성 교육에 대한 일부 학부모의 바람을 충족시켰지만 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실제 외국어고는 외국어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보다는 입시명문으로 변질됐고, 자사고 역시 입시명문을 지향하는데다 수업료 부담이 커 ‘귀족학교’를 허용한 꼴이 됐다.
혁신고는 일반고교 수준의 학비로 높은 수준의 수월성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교육부나 자치단체(공립) 또는 사학재단(사립)이 설립하고 재정을 지원하되 운영은 교육·문화·예술 민간단체나 대학 등에 위탁한다. 운영자에겐 교육과정 결정, 예산편성 및 인사, 학생 선발 등에서 상당한 자율성이 허용된다. 교장도 공모제로 선출하고 학년제도 없앨 수 있다. 가정 형편 때문에 교육의 기회가 제한된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국은 이런 특징을 고려해 혁신고를 평준화 보완책의 중심에 놓고자 하고 있다. 2008년부터 특목고의 학생선발 단위를 시·도 단위로 제한하고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운영을 할 경우 학군 안으로 더 제한하겠다고 한 것이나, 지금과 같은 형태의 자사고는 더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이런 의지를 반영한다.
문제는 혁신고 역시 입시 명문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교육 당국은 학생 선발에서 필답고사를 금지하겠다고 했다. 또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우선 설립하고, 4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겠다고도 했다. 부작용을 염두에 둔 배려다. 그러나 지금의 특목고나 자사고도 필답고사를 치르지 않도록 돼 있지만 특목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의 폐해는 심각하다. 학교에 주어진 자율성은 입시교육을 강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이런 결과는 평준화 정책과 수월성 교육이라는 모순된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데서 비롯된다. 어떤 제도가 도입되건 대학이 서열화한 상황에서 두 가치의 충돌은 피하기 힘들다. 따라서 대학 특성화 등 대학에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지 않고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움을 당국은 마음에 새겨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