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9 19:31
수정 : 2006.06.19 19:31
사설
국가대표 축구팀이 독일 월드컵 조 예선 경기에서 강호 프랑스에 극적인 무승부를 거뒀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뛰어난 용병술이 ‘영웅적인 무승부’를 일군 원동력이었다.
우리 선수들은 지난 토고와의 첫 경기에 이어 결코 포기하지 않는 투혼과 뒷심을 다시 보여줬다. 반칙 때문에 남은 예선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가 한명도 없는 훌륭한 경기 매너도 과시했다. 이런 ‘뒷심 코리아’ ‘클린 코리아’의 모습은 16강 목표가 가까워졌다는 사실보다 더 소중하다.
결과는 좋았지만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중원 압박에 실패했고 수비 불안도 여전했다. 경기 초반엔 허둥댔고 주눅이 든 인상마저 풍겼다. 물론 상대팀의 전력이 강한 때문이겠지만, 승부에 대한 지나친 부담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떤 스포츠도 경기 결과에 과도한 중압감을 갖고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없다. ‘4강 신화’ 역시 우리만의 색깔과 전술로 자신있는 경기를 펼쳐 거둔 성과가 아니던가.
프랑스와의 새벽 경기 때 대한민국은 잠들지 못했다. 전날 저녁부터 몰려든 젊은이들은 거리와 운동장에서 밤을 지샜다. 다행히 지난번 토고전 때처럼 응원이 끝난 뒤 쓰레기로 몸살을 겪지 않았고 출근길에 우려됐던 교통 대란도 없었다. 성숙한 응원 문화를 만들자는 자성이 이심전심 통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월드컵 상혼’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은 월드컵 열기에 편승해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있고, 거대 미디어는 승리의 주술을 끊임없이 되뇌며 맹목적인 열광만을 부추긴다. 방송사들은 싹쓸이 편성도 모자라 인기 연예인들이 경기장에서 내지르는 의미없는 탄성까지 무차별적으로 쏟아낸다. 국민들의 순수한 열정과 연대감을 비이성적인 광풍으로 몰아가서는 지구촌 축제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16강 진출을 확정한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조 예선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은 남달랐다. 비기거나 져도 16강 진출이 가능했지만 승리를 위해 끝까지 사력을 다했다. 이번에도 남은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따지기 전에 실력과 투혼을 있는 그대로 경기장에 쏟아붓기를 바란다.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상관없다. 세계에 ‘돌아온 한국’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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