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노총이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관계 로드맵) 논의 등을 위한 노사정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비정규직 법안 교섭 이후 7개월 만이고 노사관계 ‘방안’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노동계와 사용자 단체, 노동부와 노사정위로 구성된 노사정 대표자회의의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여부, 특수고용 노동자 지위 보장 등을 둘러싼 논의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민주노총이 그동안 노사정 교섭에 나설 것인지를 두고 치러온 진통은 많은 사람들을 걱정스럽게 한 것이 사실이었다. 대의원대회 등 중앙 의결기구 회의가 잇따라 무산된 것도 ‘노사관계 로드맵 등을 저지하기 위해 노사정 교섭에 참여하자’는 주장과 ‘투쟁이 뒷받침되지 않는 교섭은 양보를 초래할 뿐이므로 총파업 전술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 때문이었다.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교섭도 하지 않으면서 이렇다 할 총파업 투쟁도 꾸리지 못한 민주노총의 모습을 한 전문가는 “정책 부재의 노동운동에 투쟁 부재까지 겹친 ‘가라앉는 전함’”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그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교섭 참여가 결의된 것은 이러한 세간의 우려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거나 ‘이견은 있지만 내부에서 계속 충돌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은, 이날의 결정이 조직 분란을 피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하지만 그동안 민주노총이 겪은 내홍을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어렵사리 민주주의 절차를 준수하고자 노력하면서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는 과정인 측면도 있다.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의 중요 내용은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다. 복수노조 허용은 자칫 사용자들에게 기존 노조를 탄압하는 부당노동 행위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도 현행 기업별 노조 체계의 존립 기반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민주노총의 교섭 참여 결정이 이런 우려들을 씻고 노사관계 미래에 청신호가 되도록 하려면 논의 주체들의 성실한 교섭이 필수적이다. 약자에 속하는 노동계로선 지속적이고 강고한 투쟁력이 교섭력을 뒷받침한다는 원칙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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