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1 20:46
수정 : 2006.06.21 20:46
사설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두고 금융당국과 감사원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감사원은 금융당국에 잘못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린 반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낱낱이 항변하고 나섰다. 4조원이 넘는 국부가 외국계 사모펀드로 넘어갈 판인데, 반성할 점을 찾으려 하기보다 서로 잘잘못을 따지는 모습만 보이는 건 볼썽사납다.
감사원이 모두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초보적인 사실 관계에서부터 주장이 판이하게 엇갈린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당국과 감사원 중 적어도 한 곳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기관이 이래서야 국민들이 어찌 정부를 믿을 수 있겠나. 제눈의 들보는 도무지 보지 않으려는 공직자들의 보신주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듯해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금융당국의 항변에도 귀담아 들을 구석은 있다. 그래도 한 점 잘못이 없다고 할 만큼 떳떳해 보이지도 않는다. 과정이 어떠했든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다면 오판한 게 없었는지 겸허히 돌아보는 게 공직자의 마땅한 자세다. 어느 관료한테서도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외환은행을 팔 당시의 경제 상황 설명이나, 정부는 매각 과정에서 조언하는 구실만 했다는 대목 등에서는 ‘제 논에 물대기’식 자기 합리화가 묻어나온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주는 과정에서 은행법을 폭넓게 해석한 건 관료의 권한을 넘어섰다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지난 일을 지금의 결과로 판단하는 게 억울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한 일은 모두 옳았다는 듯한 자세 역시 오만하고 무책임하게 비칠 뿐이다.
감사원도 자신들의 말처럼 객관적으로 감사했는지 냉정히 곱씹어봐야 한다. 실적주의에 젖어 과잉 감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잦았다. 2004년 공적자금 감사 때는 정부 산하기관이 강력히 반발하자 감사원이 오히려 달래기도 했다. 이번 감사에서도 무리하게 재단한 듯한 대목이 없지 않다. 감사원 불신이 자칫 공직자로 하여금 더욱 복지부동하게 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공직자는 국가와 국민를 위해 일해야 한다. 자신들의 실적 쌓기와 보신이 공직자의 본분보다 앞선 나머지 이런 짜증스런 공방을 낳게 된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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