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1 20:47
수정 : 2006.06.21 20:47
사설
2008년부터 외국어고의 학생 선발지역을 해당 광역 시·도로 제한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이 나오자 반발이 드세다.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당장 내년부터 적용되는 것이니 외고 입시 준비생이나 학부모로선 크게 놀랄 노릇이다.
교육 당국의 문제의식은 외고가 이제 평준화 정책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 되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사실 외고는 잘못 도입된 제도가 정책을 얼마나 왜곡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전두환 정권은 1984년 평준화 정책을 보완한다는 이유로 외국어고를 도입했다. 외국어 전문인재 양성과 특성화 교육을 내걸었지만, 외고는 곧 ‘입시학원’으로 변질됐다. 이 학교 졸업생 가운데 어문계열 진학생은 30% 정도이고, 나머지는 법학·상경 등 다른 계열로 진학했다.
대학입시에서 외고의 강세가 두드러지자 자치단체는 경쟁적으로 외고를 설립했다. 외고의 입시교육은 제약 없이 이뤄졌다. 이미 31개교가 운영 중이고 12곳이 더 생길 예정이다. 평준화 이전 입시 명문고의 수와 비슷하다. 그 결과 초등학교부터 외고를 겨냥한 사교육이 팽창했고, 공교육은 외면당했다. 외고는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니 외고 문제를 어떻게 해서든 바로잡겠다는 당국의 인식은 나무랄 데 없다.
그러나 인식이 바르다 해도 목표가 정확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실 모집 단위를 제한한다고 해서, 입시 명문고로 자리잡은 외고에 대한 선망을 없앨 순 없다. 이로 말미암은 사교육을 잡기도 어렵다. 그저 전국 단위의 외고 서열화를 시·도 단위로 줄이는 효과만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해당 교육청과의 충돌도 피하기 어렵다. 외고의 설립 및 학생 선발에 관한 권한은 시·도 교육감에게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교육부가 선발권을 가질 수 있지만, 이는 교육자치의 내실화에 역행한다.
특별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정책을, 거센 반발만 야기하는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외고의 문제는 외고가 입시명문고가 됐다는 데 있다. 설립 취지대로 운영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위반하면 강력한 제재가 따라야 한다. 이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외고 선망을 없애야 한다. 그건 대학입시에서 내신의 실질 반영률을 높이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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