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1 20:46
수정 : 2006.06.21 20:46
사설
이달 말로 예정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 무기한 연기됐다. 앞서 계획된 4월 하순 방북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미뤄진 바 있다. 이번에는 ‘미사일 갈등’이 주요 원인이지만, 철도 이용 여부 등 방북 경로와 세부일정에도 합의하지 못하는 등 실무접촉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른 시일 안에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될 수 있도록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대북 포용정책과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 화해시대를 연 사람이다. 남북관계는 그 뒤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괄목할 만큼 발전했다. 김 전 대통령이 방북을 추진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된 6자 회담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을 향한 노력에서 새 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준비를 둘러싼 갈등으로 도리어 연기됐으니 본인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김 전 대통령은 방북을 ‘민족을 위한 여생의 마지막 봉사’로 생각한다니, 미사일 갈등이 순조롭게 해결돼 그의 뜻이 실현되길 바란다.
미사일 갈등은 북한 쪽이 처음으로 의도를 드러냄으로써 양상이 어느 정도 분명해지고 있다.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했고, 북한의 의중을 대변해 온 재일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미국이 조선(북한)의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 초청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다. 미사일 발사 준비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끌어내려는 수단임을 밝힌 셈이다. 그렇다면 미국도 강경 태도만 보일 일이 아니다. 상대가 대화를 하자는데 만나지 않겠다고 하는 건 문제를 풀고자 하는 자세가 아니다. 애초 미국이 힐 차관보 초청을 즉각 거부한 것도 성급했다. 북한은 시험발사 준비를 중단하고 미국은 대북 접촉에 나서는 것이 미사일 갈등을 넘어 6자 회담 재개로 가는 바른 길이다.
이번 미사일 갈등은 진전 상황에 따라 6자 회담과 남북관계 전반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중요하다. 대결이 아니라 협상 국면으로 바뀌도록 관련국 두루 노력해야 할 이유다. 김 전 대통령도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 훨씬 나은 환경에서 방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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