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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2 20:52 수정 : 2006.06.22 20:52

사설

미국의 강권에 못이겨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했던 나라들이 차례로 자국군을 철수시키고 있다. 이탈리아와 폴란드가 올 연말까지 철군을 완료할 계획이며,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도 다음달까지 육상자위대 병력을 모두 철수시키기로 했다. 보수 강경파인 존 하워드 총리가 이끄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도 연말까지는 나머지 병력 철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최대 지원자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까지도 철군 일정표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모두 늦었지만 당연한 움직임이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 정부가 대량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만으로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방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했으나 그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음이 드러난 지 오래다. 특히 지난달 20일 이라크 정부가 출범함으로써, ‘새 정부 출범 때까지 국가 재건과 치안 유지’로 설정된 다국적군의 주둔 이유도 없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에 더 머물러야 할 이유나 명분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국방부나 청와대 쪽은 “연말까지 계획된 1000명 감군 이외에는 다른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라크 파병은 한-미 동맹의 상징과 같은 사안이기 때문에 섣불리 철군을 꺼내기는 어렵다”는 게 주요 이유라고 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자이툰 부대가 철수해도 좋다고 미국이 얘기하기 전까지는 철군을 할 수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이 얼마나 한심한 태도인가. 미국의 가장 주요한 동맹국의 하나인 일본조차도 독자적인 판단으로 철수를 결정했다.

국가안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처지에서 정부로서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민주국가 간의 동맹은 상호 이익에 바탕을 두되 국제규범에 따라야 한다. 국제 정의에 어긋난 이라크 전쟁에서 뒷골목 의리에 매달려선 안 된다.

더구나 파병 대가로 얻은 게 뭔가. 북한핵 문제만 해도 부시 행정부는 무작정 강경 태도를 고수하면서 개성공단에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가의 자존심을 스스로 세우지 않고는 냉엄한 국제관계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어제는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살해된 지 두 돌이다. 국회라도 당장 철군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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