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2 22:37
수정 : 2006.06.22 22:37
사설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 정정을 허용하는 대법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의 결정은 하급 법원의 판단 기준이 되므로, 이제 많은 성전환자들이 성별 정정을 청구할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그동안 냉대와 편견, 제도적 장벽 탓에 고통받던 성전환자들의 인권을 위해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이제까지는 성전환자 성별변경의 기준이 없어 법원마다 서로 엇갈리는 판결을 내려 왔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대법원은 지난달 비공개 심문을 하는 등 신중한 검토 끝에 이번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나름의 기준도 제시했다. 성전환증 진단을 받고 치료했으나 호전되지 않아 성전환 수술을 했고 주위에서도 바뀐 성으로 알고 있다면, 바뀐 성을 가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성전환증은 성정체성 장애의 하나로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증상이라고 한다. 이로써 각급 법원에서 엇갈리는 판결을 내리는 일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성전환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려면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 법이 제정돼야 한다. 2002년 김홍신 의원이 특례법을 발의했으나 회기가 만료되면서 폐기된 바 있다.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지난 4월 인권운동 단체들과 민주노동당 등이 법 제정을 위한 연대 단체를 발족시켰다. 이 단체는 오는 9월까지 입법 발의를 마친다는 계획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법이 제정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회의 남다른 관심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성전환자는 이른바 ‘변태 성욕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동성애자와도 다르다. 성전환자도 종류가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성전환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정신적인 성과 생물학적 성이 불일치해 고통을 받다가 수술을 통해 온전한 자신을 찾은 것이다.
겉모습과 행동이 법률상 성별과 다른 탓에 성전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임시·일용직을 전전하기 일쑤다. 빈곤 상태를 벗어나기 힘드니 성매매나 유흥업소의 유혹도 그만큼 크다. 성전환자가 몇 명인지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숫자와 상관없이 이들의 고통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민주사회라면 이들이 당당히 살 수 있도록 보장해줄 의무가 있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