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3 19:18
수정 : 2006.06.23 21:39
사설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넘어가게 됐다.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하나둘씩 살아나 제 길을 찾아가고,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투입됐던 공적자금이 회수되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재벌의 방만한 경영으로 무너졌던 기업들이 다시 잇따라 재벌 손에 넘어가는 모습을 보니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대우종합기계는 두산그룹으로 넘어갔고, 대우정밀도 준재벌급인 에스앤티(S&T)중공업으로 갔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난 뒤 매각을 기다리는 기업은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대한통운, 쌍용건설 등 줄을 서 있다. 지금 흐름이라면 대부분 재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최대한 비싼 값에 팔아 공적자금을 한 푼이라도 더 건져야 한다는 원론에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게 유일한 정책 목표여야 하는지는 곱씹어볼 일이다. 소유-지배구조 면에서 재벌체제와 다른 대안을 찾는 건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큰 숙제다.
재벌 체질에서 벗어나려면 다양한 지배구조 아래 전문경영인이 책임경영을 하는 기업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구조조정 기업을 통해 좋은 기업지배구조의 선례를 만들 수도 있는데 이 기회마저 놓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기업 특성에 따라 연기금 참여 등을 통해 분산된 소유구조를 구축할 수도 있고, 국민주나 종업원 지주회사 체제도 유도해 볼 수 있을 터이다. 지배주주가 한 사람이어야 효율적 경영이 이뤄지고, 그래서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건 고정관념이다. 구조조정 기업은 전문경영인 체제로도 훌륭한 경영실적을 올릴 수 있음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구조조정 기업 매각 때 공적자금 최대 회수란 정책목표 외에 새로운 소유-지배구조 구축이란 목표도 함께 고려하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 매각 결과를 놓고 문책이 있을까 두려워 정부가 결정하기 어렵다면 국회가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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