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3 19:19
수정 : 2006.06.23 19:19
사설
수도권 일대 중·고교에서 최악의 급식 사고가 일어났다. 대형 위탁업체 씨제이푸드시스템㈜에 급식을 맡긴 25개교에서 지금까지 1700여명의 집단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 이 업체의 급식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500여곳에 이르는 다른 학교와 기업체들도 당분간 큰 불편을 겪게 됐다.
상대적으로 믿을 만한 대형 업체가 빚은 일이라 단체급식 전반에 대한 불안은 클 수밖에 없다.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이 급식을 거부하거나, 급식과 전혀 상관없는 급수를 중단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뿌리깊은 불신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불안감을 증폭시켜서도 안 된다. 냉정하고 꼼꼼하게 원인과 대책을 따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는 나와봐야겠지만, 이번 사고는 하청업체가 납품한 불량 식자재가 문제라는 게 당국의 추정이다. 대형 업체들이 이윤을 높이려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하다 보니 납품 식자재의 품질이 떨어지고, 많은 물량을 동시에 처리하다 보니 위생 점검도 소홀해질 여지가 크다고 한다. 우선 식자재 구입-수송-조리-배식 과정에서 돈 때문에 안전·위생 규정을 어긴 점이 없는지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이다. 대형 급식업체가 이 정도면 다른 영세·중소업체의 위생관리에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 납품업체 전반에 대한 점검 역시 시급하다.
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시스템은 이번에도 화를 키웠다. 일주일 전 발생한 식중독 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처리했다가 식중독 사고가 잇따르자 뒤늦게 급식 중단을 지시했다. 업체가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 하더라도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대규모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예방과 점검도 겉핥기에 그쳤다. 식자재 공급업소 일제점검에서 이 업체의 물류센터는 왠지 모를 이유로 빠졌고, 교육청이 실시한 현장감독에서도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더구나 씨제이는 2003년에도 식중독 사고를 낸 전력이 있다. 사전 점검도 사후 지도도 부실했던 건 아닌지 책임 소재를 엄중히 가려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사고의 공범이나 다름없다. 부실·불량 급식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법석을 떨지만 여론이 식으면 손을 놓았다. 지금도 학교급식 개선과 관련한 6개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1년째 잠을 자고 있다. 먹거리 안전은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은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든다고 호들갑 떨기 전에, 6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집중심의하겠다는 합의라도 이루는 게 먼저다.
이번 사고는 민간업체의 장삿속, 당국의 늑장 대처와 허술한 감독, 개선 대책을 방기한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 등이 부른 합작품이다. 물론 먹거리 문제에 100% 안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문제는 비슷한 사고가 해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데 있다. 해당 업체는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이고 당국의 사후 대책은 뱀꼬리가 되기 일쑤다. 정부는 합동 점검단을 구성해 1만여개 학교를 이달 안에 전수조사하고, 검찰은 대대적인 부정식품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여론 무마용으로 끝나선 안 된다. 품질과 안전도가 높은 직영급식을 의무화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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