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5 19:55
수정 : 2006.06.25 19:55
사설
경제주체들의 경기 체감 온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분기 소비자동향 조사’를 보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뿐 아니라, 향후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지수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앞서 한은이 전국 257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5월 기업경기조사’에서도, 업황실사지수와 업황전망지수가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매출액 순위 500대 기업의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9.7% 줄 것으로 전망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업들이 경기 둔화를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 금리 인상, 부동산 거품, 원-달러 환율 불안 등 나라 안팎의 악재 탓에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필요 이상으로 움츠러든 측면이 있다 하나, 이런 조사 결과는 심상찮다. 경기는 상당 부분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영향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물 흐름에서도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조짐이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월부터 재고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6개월쯤 뒤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도 하락세다. 경기 흐름을 보면 1998년 8월부터 시작된 7순환기 이후로는 과거 여섯 차례 경기순환과 달리 확장국면이 잠시 이어지다 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거시경제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이번 확장국면 역시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경기 상승 국면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는데, 말로만 도닥거린다고 그리 되는 게 아니다. 경제 현안을 재점검하고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궁리해 봐야 한다. 경제 심리가 위축된 데는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능력에 대한 불신도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은 사실이나,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 안정, 중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기업 투자를 일으키는 등 성장잠재력 확충에 힘쓰는 모습을 정부는 보여주지 못했다. 기업과 소비자는 불안해하는데 경제부처가 온통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매달려 있다시피 할 때가 아니다. 이러다가 경기가 정말 둔화하면, 건설경기 진작책을 포함한 인위적인 경기 활성화 요구가 분출하는 등 거센 역풍을 맞아 경제정책이 더욱 흔들릴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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