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7 18:25
수정 : 2006.06.27 18:25
사설
2천여 식중독 환자를 낸 대형 급식사고를 두고 이에 대응하는 당국의 태도를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이런 냉소가 흐른다. ‘무식한 보건복지부 장관과 식약청장, 무책임한 식약청과 질병관리본부 관료들, 돈만 아는 씨제이그룹!’
이번 집단 식중독의 원인균은 노로 바이러스로 드러나고 있지만, 노로 바이러스는 현행 식중독 검출 규정에 포함돼 있지 않다. 엊그제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몇몇 의원이 이런 사실을 지적하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문창진 식약청장은 “식품에서 노로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식품공전에 넣어도 효과가 없다”고 태연스레 답변했다. 대단한 배짱이다.
노로 바이러스는 지난 4년 동안 3천명 이상의 학생에게 집단 식중독을 일으켰다. 이렇게 중요한 질병 원인을 두고도 검사방법을 아직 확립하지 않았다면, 국민 건강을 책임진 보건당국으로선 명백한 직무유기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는 이번에 환자 검삿감에서 노로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검출방법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던 셈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하수 오염 조사도 이 방법을 근거로 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식약청은 몇 해 전 식품을 통한 노로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에 대해 주의보를 발동한 바 있다. 노로 바이러스를 감시대상 전염병으로 정한 셈인데, 이는 공정시험법의 확립을 전제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장관과 청장의 배짱은 소관 업무에 대한 무지나, 국민을 속일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게 분명하다.
이들이 대책으로 거론한 식품안전처 설립이나 학부모급식감시단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새 기구도 지금처럼 무책임한 관료들의 차지가 될 터인데, 어떻게 제대로 관리·감독을 할 수 있을까. 나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학부모들이 감시하고 찾아낼 수 있을까.
따라서 당장 필요한 것은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 씨제이 같은 대기업, 무사안일에 빠진 철밥통 관료집단을 감시하는 제도와 운영방안을 확립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이번 기회에 독립적이고 신망있는 전문가와 식품업계 관계자들을 활용해, 사건의 전말을 샅샅이 파헤쳐야 한다. 관리·감독기구의 잘잘못이 드러나야 예방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정조사가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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