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8 21:20
수정 : 2006.06.28 21:20
사설
급식사고로 직격탄을 맞은 건 급식이 중단된 학교 44곳의 결식학생 3511명이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의 보이지 않는 지원으로 친구들과 함께 중식을 해결할 수 있었던 이들은 급식 중단 이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처지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 학생들에게 점심시간은 다시 고통의 시간이 됐다.
급식이 중단된 학교에선 중식 지원금(3000원)으로 도시락을 사서 나눠주거나 현금 혹은 주변 식당 식권으로 준다. 시교육청이 권장하는 형태는 농협 농산물 상품권을 나눠주는 것인데, 학생이나 부모가 농협 직영의 하나로마트에서 농산품을 구입해 직접 밥과 반찬을 지어 도시락을 싸오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학생들 마음의 상처는 피하기 어렵다. 상품권 지급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중식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결식을 유도한다.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 가운데 어느 누가 손수 장을 봐 도시락을 싸올까. 현금이나 식당 식권 혹은 도시락 지급은 일단 점심은 해결해주겠지만, 친구들의 눈에 띄는 방식이어서 마음이 내킬 리 만무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선 기초생활 보장 대상자 122명에게 도시락을 배달시켜 주는데, 20여명의 학생은 아예 도시락을 받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도시락을 받아든 학생도 밥을 넘기기 힘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론은 직영급식을 희망하나 학교장은 사고를 우려해 직영을 기피하고, 교육 당국은 예산 타령만 하고 있다. 직영은 전체 급식학교 1만780곳 가운데 9125곳에 이른다. 직영을 기피하는 학교장이라면 교육자로서 자질이 없다. 정부는 예비비를 동원해서라도 학교별 직영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뜻만 굳다면 2학기부터 학교급식은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학교 당국은 중식 지원금을 줄 때도 학생의 편의와 희망을 우선 고려해, 상처를 받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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