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수 신문들이 쉼없이 공격해 온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가운데 일부 조항을 두고 어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신문법 가운데 공정거래법보다 엄격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과 이런 사업자에 대한 지원 금지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정정보도를 위한 소송을 법원 판결이 아니라 가처분에 준해서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위헌으로 판정됐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헌재의 결정은 신문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신문의 사회적 책임을 높인다는 법 제정 취지를 인정했다고 할 수 있다. 신문의 경영정보 공개, 독자 보호를 위한 고충처리인 제도 등이 합헌 결정을 받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신문의 잘못된 보도에 따른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한다는 언론중재법의 취지 또한 존중됐다.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던 신문과 방송의 겸업 금지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이 나온 점 또한 의미를 둘 수 있다. 하지만 몇몇 보수 신문이 돈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걸 규제하기 어렵게 된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정거래법에선 세 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75%를 넘어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는 반면, 신문법은 이 기준을 60%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대해 헌재는 신문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적절한 수단이 못되는데다가 시장지배적 지위는 결국 독자의 개별적·정신적 선택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런 논리의 연장선에서 시장지배적 신문에 대한 정부의 기금지원을 금지한 조항 또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헌재의 지적이 크게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인식이다. 현재 신문 시장은 ‘독자의 개별적·정신적 선택’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과도한 경품과 무료 신문 제공처럼 돈을 앞세운 판촉이 좌우하고 있다.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가 이끄는 시장 구조인 것이다. 신문이 기본적으로 사기업이긴 하더라도 공익 기관이라는 특수성도 있다는 점 또한 고려돼야 마땅했다. 게다가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 신문에 굳이 정부가 공적 기금까지 지원할 이유는 없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신문들을 보호·육성함으로써 다양한 여론을 형성한다는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 한, 사기업인 신문사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은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한 신문사가 여러 신문을 거느리지 못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신문과 방송의 겸업 금지를 주장하는 건 기본적으로 언론의 독과점 폐해를 막자는 것이다. 이런 폐해는 한 기업이 여러 신문을 거느리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특히 앞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을 생각하면, 신문 시장의 독점 폐해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보완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돼야 할 대목이다. 이 밖에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가처분 절차에 따라 하도록 한 규정이 위헌이라는 결정 또한 따져볼 여지가 있다. 헌재의 결정 자체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으나, 이 규정이 언론의 보도에 따른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 언론 보도 내용은 빠르게 번져나가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마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신속한 정정보도가 이뤄지는 건 아주 중요한 문제다. 이 점을 생각할 때, 정정보도 소송은 다른 소송과 달리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하는 보완 장치가 꼭 필요하다.헌재의 이번 결정은 몇가지 부분에서 우려스럽지만,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기본 취지가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동안 보수 신문들이 마치 언론탄압을 위한 법이라도 되는 양 떠들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신문법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끝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헌재의 결정 취지를 고려하면서 신문의 독과점을 막을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모색하는 일이다. 신문의 다양성을 보장함으로써 균형잡힌 여론 형성을 유도하는 건 민주주의를 위해 결코 게을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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