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30 18:27
수정 : 2006.06.30 18:27
사설
관타나모 수용소의 특별군사법정(군사위원회)이 미국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았다. 보수적이라는 대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릴 정도이니 터질 만큼 곪은 문제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 수용소를 즉각 폐쇄해야 마땅하다.
관나타모 수용소는 각종 탈법과 불법, 비인권적 행위의 온상이 돼 왔다. 4년 전 쿠바 섬 남동쪽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설치된 이 수용소에는 미국이 세계 각국에서 연행한 ‘테러 용의자’ 450명 가량이 수감돼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들을 전쟁포로도 민간인도 아닌 ‘적 전투원’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지시로 설치한 군사위원회가 이들을 재판하도록 했다. 일반 형법뿐만 아니라 전쟁포로 처우를 규정한 제네바 협약도 피해가기 위해서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장기 구금과 가혹행위, 고문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다. 현재 수감자 대부분이 정식 기소절차도 없이 구금돼 있으며, 3년 넘게 있는 이도 적지 않다. 각종 가혹행위 추문이 불거진 것은 물론이고, 자살·폭동도 잇따랐다. 미국 안팎에서 수용소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관타나모 수용소 문제는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나타난 많은 불법행위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크게는 이라크 침공 자체가 불법이고,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수감자 학대, 크고 작은 민간인 학살 등도 중대한 범죄다. 얼마 전에는 미국 해병대원들이 2004년 11월 이라크 하디타에서 현지 민간인 수십명을 무차별로 학살한 일이 드러났다. 유럽에서는 미국 중앙정보국이 현지 거주 테러 용의자를 비밀리에 미국으로 이송한 것이 문제가 됐다. 미국 안에서도 테러 방지를 빌미로 한 무분별한 도청과 인권 침해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부시 행정부가 테러단체 자금추적을 이유로 국제금융 전산망까지 수시로 들락거린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제 테러와의 전쟁의 정당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시 행정부가 이 전쟁의 목표와 방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는 한 관타나모 수용소와 같은 문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여러 조사에서 확인되듯이, 지구촌 사람들의 다수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잘못된 대응으로 세계가 더 불안해졌다고 생각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판결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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