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02 19:40
수정 : 2006.07.02 19:40
사설
현대차·대우차·기아차 등 자동차 회사 노조와 로템·두원정공 등 노조 13곳 8만7천명이 지난 30일 금속 산별노조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기존 4만2천명을 포함해 모두 12만9천여명 규모의 거대 단일 산별노조가 됐다.
이번 산별 전환 결의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기업 단위를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 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이중 삼중의 교섭과 비생산적인 파업 및 사업장 밖 투쟁 동원 등으로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보다 긍정적인 면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면은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3년 현대차노조의 산별 전환 결의가 실패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이기주의’를 비난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를 넘지 못했을 뿐이지 절반이 훨씬 넘는 조합원이 자신들의 기득권 일정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산별 전환에 찬성했다. 이번 결의는 그 긍정적인 측면을 꾸준히 확장시켜 온 활동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등 극소수 나라에만 기형적으로 존재하는 기업별 노조 체제로는 비정규직과 중소 영세 하청기업 노동자, 실업자, 미취업자 등 주변 노동자층을 노동운동 영역으로 끌어들이기가 어렵다. 주요 나라들 가운데서 실업자라는 이유로 노조원 자격을 부여받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기업별 교섭은 요구의 내용과 수준을 기업의 경영조건에 종속시킬 수밖에 없어 대기업과 중소 영세 하청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노동조건의 격차가 벌어지고 노동운동의 성과가 오히려 노동자들 사이의 이질성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부르기 쉽다.
산별노조 체제가 불러올 가장 큰 변화는 기업별로 진행되던 노사교섭이 중앙 차원에서 이뤄지게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기업별 노조 체제의 뿌리가 워낙 깊은 우리 상황에서 당분간 기업별 노조가 교섭권의 상당 부분을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 경영계가 교섭의 이원화로 교섭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산별과 기업별 교섭의 내용과 시기를 구분해서 진행하는 지혜가 노동조합과 사용자에게 두루 절실하다.
기업별 노조 체제에 맞춰진 지금의 노동법을 산별 체제에 맞게끔 바꾸는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프랑스처럼 산별 교섭 결과를 산업 전체 사업장에 적용하도록 강제하거나 사용자들이 산별로 사용자 단체를 구성해 산별 교섭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제도화할 수도 있으나 그 이전에라도 효율적 산별 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산별 교섭이 개별 기업 노사 갈등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정년퇴직을 해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 노동조합은 퇴직자에게도 뭔가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한다는 뜻이다. 독일과 미국 등 선진국의 산별노조는 다른 산별노조와 통합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고, 이런 조직 통합은 서구 산별노조의 조직 방침이 된 지 오래다. 이런 흐름을 생각할 때 우리의 산별노조 전환은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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