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레를 묶어주는 말글 통일 |
말과 글을 잃으면 나라도 잃고, 이를 얻으면 나라를 되찾는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말과 글이 달라지면 나라가 나뉘고, 이를 통일하면 겨레가 하나되는 법이다. 남북 학자들이 함께 통일 국어사전을 펴낸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그동안 통일을 위한 숱한 노력이 있어 왔지만, 이제서야 진짜배기 분단극복 사업 하나를 보는 것 같아 뿌듯하다. 겨레가 하나되기 위해 말과 글의 통일이 중요하다고 그토록 외쳐왔건만, 남북은 분단 60년이라는 긴 세월을 기다려 온 셈이다.
공동 편찬위원회가 밝힌 공식 출간 예정시기는 2009년 12월이라고 한다. 일의 까다로움 탓에 2~3년 더 걸릴 수도 있다고 하니, 2010년 이후에나 통일 국어사전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정치·군사적으로는 대립과 갈등의 연속이었지만, 남북이 조금만 더 일찍 대범하게 지혜를 모았다면, 우리 겨레는 21세기 시작부터 적어도 사전 안에서는 하나된 말과 글의 시대에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지만, 지금이라도 시작된 게 참으로 다행이다.
“남북 말글의 차이는 방언적 차이일 뿐”이라는 홍윤표 남쪽 공동위원장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민족이 함께 써온 언어의 뿌리가 깊기 때문에, 실제 차이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차이라는 것이다. 겨레를 하나로 묶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말과 글일진대, 이들의 틈이 방언적 차이 정도라면, 통일도 그리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남북의 차이를 무조건 ‘통일’시키자는 게 아니고 공통점은 뽑아내고 다른 것은 드러내 논의하되, 합의할 수 없는 것은 후대의 몫으로 넘긴다”는 홍 위원장의 지적도, 통일과 관련해 곱씹어 볼 대목이다.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파동 이후 막혀있던 상황을 뚫고 남북의 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이 소중한 사업의 닻을 올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런 만큼 ‘말글 통일’과 관련이 없는 남북 사이의 다른 문제들이 이 사업을 가로막게 해서는 안 된다. ‘말글 통일’이야말로 한겨레로 가는 가장 든든한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