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한-미 관계 등에 대해 유연성을 갖되 원칙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관된 원칙으로 국민과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을 씻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나아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좀더 적극적인 해법이나 역할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불만스럽다. 이라크 파병 등 평화와 인도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결정도 바로잡아야 한다.
|
대통령의 ‘선진한국’ 처방 |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통해 남은 임기 3년 동안 추진할 선진한국 건설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 이를 이루기 위해 각 분야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거론했다. 특히 정부를 비롯해 정치·경제·언론·시민사회 등 사회 각 주체들을 향해 자기 혁신을 강조하고, 책임을 나눠지고 함께 노력할 것을 호소한 것은 선진한국 진입을 위한 준비에 공동체적 참여를 촉구한 것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노 대통령이 2년 동안의 난맥상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고, 과거와 사뭇 다르게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보이는 등 안정감을 준 것은 다행스럽다. 또 이날 국회 연설장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했던 점은 여야가 최근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안에 합의한 일과 함께 상생정치의 가능성을 보여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지난 1월 새해 기자회견에 이어 이번에도 경제문제 해결에 진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은 일단 경기회복의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높인다.
노 대통령는 경제 회생 문제야말로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을 보였다. 특히 “비정규직이 늘고, 장사는 안 되고,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수출과 내수, 대형 할인점과 재래시장 간의 경쟁력 격차, 계층간의 소득격차 등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은 사안의 핵심을 짚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사실 이런 문제만 풀면 우리 경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해법은 이를 해결하기에 힘이 많이 달리는 것 같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중소기업을 키우며,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이렇다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수단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가 이날 여러 차례 강조한 ‘선진 경제’ 구현이라는 목표도 현실성 있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법률 등 기업지원 서비스 산업과 교육, 의료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책 방향이 주목되지만 그것만 가지고 안 된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더군다나 경제사회 시스템 개혁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증권 집단소송제와 출자총액 제한제의 완화에서 보듯 재벌개혁은 주춤거리고 있고, 올바른 노사관계의 정립 등도 비슷한 처지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타개할 대책도 미흡하다. 이런 상태에서 ‘선진 경제’에 이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개혁 등을 통해 걸맞은 내용을 채워야 할 필요가 절실한 이유다. 무엇보다 그가 말했듯 “더불어 사는 사회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은 선진경제를 하려면 선진사회로 가야 한다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민주화가 진전되었지만 여전히 부정·부패, 극한 대립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이 문제의 해법으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며 지향점을 분명히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도 강조했다시피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진실되고 책임 있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말과 행동에 일관성을 보이고, 정의와 연대를 추구할 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부 스스로 갈피를 잡지 못해 많은 혼선을 초래했음을 깊이 되돌아봐야 한다. 아울러 기업 수준에 훨씬 못미치는 세계 30위권의 정부 경쟁력을 혁신해 높여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라도 지역구도를 해소하자는 제안도 주목할 만하다. 지역주의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았던 독재의 유산으로서, 정책 대결을 통한 건전한 정치 발전을 저해한다. 지역별 득표수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선거구제를 고쳐서라도 지역구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한-미 관계 등에 대해 유연성을 갖되 원칙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관된 원칙으로 국민과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을 씻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나아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좀더 적극적인 해법이나 역할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불만스럽다. 이라크 파병 등 평화와 인도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결정도 바로잡아야 한다.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한-미 관계 등에 대해 유연성을 갖되 원칙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관된 원칙으로 국민과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을 씻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나아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좀더 적극적인 해법이나 역할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불만스럽다. 이라크 파병 등 평화와 인도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결정도 바로잡아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