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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3 19:53 수정 : 2006.07.04 17:10

스크린쿼터 축소에 맞선 영화인 146인의 1인 시위가 어제 임권택 감독으로 일단락됐다. 배우 안성기 장동건 최민식 전도연 강혜정, 감독 김지운 봉준호 이준익, 제작자 차승재씨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유명 영화인이 망라됐으니, 미국의 문화침탈과 정부의 굴복에 맞선 싸움으로는 가히 세계적이다.

더 큰 싸움을 시작하는 이들이 제기했던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두 편 대박영화로 위세를 부렸던 한국영화는 2/4분기부터 급전직하했다.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58%였다. 지난해 59%였으니 수치로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순전히 <왕의 남자> 덕택이었다. 상반기 개봉된 나머지 40여편은 대부분 수익은커녕 본전도 못 찾았다. 이후 점유율은 4월 40%, 5~6월 30%대로 떨어졌다. 영화계는 이달 개봉되는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괴물> <한반도>에 기대를 걸지만, 할리우드는 제작비 2000억여원 규모의 <수퍼맨 리턴즈> <캐리비안의 해적>을 내놓는다.

영화의 운명은 스크린 수에 달렸다. 스크린 수는 대개 영화에 투입된 스타 감독과 배우 그리고 홍보비 등으로 결정된다. 흥행이 안정적인 영화에 더 많은 스크린을 배정하는 극장을 탓할 순 없다. 한국영화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극장에 안정적인 규모의 스크린을 한국영화에 배정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이었다. 쿼터가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왕의 남자> 같은 대박 영화의 출현은 그야말로 독이다. 극장은 이 1편만 걸면 스크린쿼터의 제약에서 벗어난다. 극장으로선 기대하기 힘든 중저예산 영화를 걸 필요가 없다.

제작사는 할리우드를 모방한 대작 및 유명 스타 중심의 영화에 치중한다. 작품성보다 홍보로 승부를 걸게 된다. 애써 중저예산 영화를 제작할 이유도 없다. <동막골> <말아톤>은 물론 <왕의 남자> 같은 영화는 제작되기 어렵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기 전 연간 100여 편에 이르던 멕시코 영화가 협정 후 5편 안팎으로 줄어든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의 전제조건이었다. 예정된 시한에 협상이 체결될 리도 없겠지만, 협상 시한을 넘길 경우 쿼터를 포함한 전제 조건들을 모두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잘못했다고 생각할 때가 행동할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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