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신하지 못한 개각, 엄밀히 검증해야 |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일부 개각을 단행했다. 권오규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부총리, 김병준 전 정책실장이 교육부총리에 내정되는 등 현정부의 핵심적인 정책통을 전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김 교육부총리 내정자는 행정도시와 부동산 정책, 전자정부 등 현정부의 주요 정책 대부분을 입안하고 집행·점검한 인물이다. 따라서 이번 개각은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침체돼 있는 내각의 분위기를 쇄신하면서도 집권 후반기에 주요 정책 기조는 일관되게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5·31 지방선거 이후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일부 국민 사이에서는 정책기조가 뒷걸음질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고, 실제로 되돌리라는 압력도 많았다. 또 자립형 사립고와 대학입시 3불정책, 외국어고 입학자격 문제 등 주요 교육정책에서도 논란이 거듭돼 왔다. 이런 시점에서 일관성 유지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본다.
반면에 이번 개각은 그만큼 참신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어느 정부든 임기 후반기에는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보다는 안정적인 관리에 중점을 두는 인사를 하는 것이 보통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인재의 발굴보다는 기존에 있던 ‘일하기 편한 사람’ ‘자기 사람’을 쓰는 손쉬운 길을 택한 듯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인사가 만사이며, 널리 인재를 구하라고 했다. 또 참여정부의 임기는 아직도 1년반 가까이 남았다. 하던 일을 지키기만 할 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개혁의 주춧돌을 꾸준히 깔아야 한다. 국민들의 광범한 공감과 지지를 불러일으킬 만한 새 인물이 보이지 않는 점은 유감이다. 여당 일각에서 한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나라당 등 야당이 이번 개각을 두고 ‘회전문 인사’ ‘코드 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 등 일부 정치권에서 김 교육부총리 내정자 등에 대해 “경제를 망치고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이끈 장본인”이라며 미리부터 흠집내기에만 열중하는 것은 보기에 아름답지 않다. 물론 각료 내정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등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엄정하고 자세한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의사 표명은 이러한 검증의 결과라기보다는 즉흥적이고 정치적인 공세의 측면이 강하다. 그가 정책실장으로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을 실패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직 이르지 않은가. 대통령 측근이라고 우대받아서도 안 되지만, 무조건적인 반대나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정치문화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는 국회에서 있을 인사청문회에서 선입견을 갖지 말고 각 내정자가 해당부처 책임자로서 적임인지를 따지기 바란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