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04 19:14
수정 : 2006.07.05 14:50
사학 비리로 우리 귀에 익은 서울 동일학원 재단이 교육자 집단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버렸다. 재단의 학교 돈 횡령의혹 등을 고발한 동일여고 세 교사를 엊그제 아예 파면해 버렸다. 영화 속 조폭들이 저지르는 보복 살인을 연상시킨다. 이런 행태가 자행되는 곳에서 배워야 하는 4000여 학생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동일학원의 재단 비리는 꽤나 유명하다. 2003년 동일여고 세 교사는 재단의 학교급식비·동창회비·장학기금 유용 혹은 횡령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들의 석 달 남짓에 걸친 문제 제기는 서울시교육청의 특별감사를 이끌어냈고, 감사 결과 교사들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재단에 15억5천만여원에 이르는 재정 조처, 61건의 행정 조처와 74건의 신분 조처를 내렸다. 그러나 동일학원은 지금까지 학생에게 돌아가야 할 8억여원을 돌려놓지 않았고, 중징계 대상인 행정실장에게 경징계(견책)만 내리는 등 제대로 바로잡지 않았다.
그런 동일학원이 세 교사를 파면한 근거는 1심 재판부가 이들에게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선고한 벌금 100만원이었다. 이것이 교사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벌금 1천만원을 부과받은 재단이사장, 학생의 밥값이나 장학금에서 15억여원이나 빼돌린 재단 관계자들은 지금도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재단 비리보다 더 가증스런 것은 시교육청의 방조다. 시교육청은 일선 학교를 지도·감독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의혹에 대해 감사하고, 비리가 드러나면 시정을 요구하며, 시정되지 않으면 계고장을 보내고, 그래도 시정되지 않으면 임시이사진을 보내 학교를 정상화해야 한다. 동일학원에 대해 시교육청은 2003년 8월 시정조처를 요구했다. 요구가 실행되지 않았음에도 시교육청은 손을 놓았다. 그 사이 세 교사는 학교 쪽의 고발과 검찰의 기소로, 2005년부터 수업권을 박탈당했다.(직위해제) 마침내 이번엔 파면까지 당했다.
시교육청의 책임은 감독 소홀에 그치지 않는다. 사학 비리가 되풀이되는 것은 감독기관의 묵인과 방조에서 비롯된 바 크다. 감독기관의 방조는 범죄 공모에 해당한다. 학교와 학생을 지키려는 교사들을 비리 재단이 잘라낸 이번 사태를 두고 시교육청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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