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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5 20:41 수정 : 2006.07.05 20:41

북한이 어제 새벽 동해 쪽으로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 본토까지 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거리 미사일도 한 발 포함됐다.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움직임이 포착된 지난 5월 이후 한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듣지 않았다. 아주 유감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미국의 양보와 협상을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삼았다면 분명한 오판이다. 미사일 위협은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좁힌다. 부시 행정부가 동해에 떨어질 정도의 장거리 미사일에 굴복하리라고 기대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미국 독립기념일을 택한 것도 충격효과를 주기보다는 미국내 여론 악화에 기여했다.

위협을 가해 관심을 유도하는 것은 북한이 과거 몇 차례 해온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이다. 이 전술은 상대가 그 위협을 겁내고 태도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도 일본도 북한을 두려워하기보다 위협을 자국의 정치·군사적 목적에 유리하게 활용하려 한다. 미사일 발사가 역효과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타격을 받은 것은 오히려 한국과 중국의 6자회담 재개 노력이다. 중국은 얼마 전 랴오닝성 선양에서 비공식 6자회담을 열자고 각국에 제안해놓은 상태다. 한국은 6자회담의 틀을 유연하게 해 실질적인 북-미 협상이 이뤄지도록 하려고 각국과 접촉해왔다. 미사일 발사는 또한 최근 미국 안에서 확산되고 있는 북-미 직접 대화 촉구 움직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에 가입하지 않은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자신의 말대로 주권 행사인지 모른다. 하지만 예고도 없이 공해상으로 미사일을 쏴 주변국을 불안하게 할 권리는 없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해 초 핵무기 보유국임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한성열 차석대사는 미사일 발사 직후 “우리 외교관들은 군대가 하는 일에 대해선 모른다”라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북한 군부가 얼마나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북한 정권이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핵·미사일 문제 등을 해결하길 바란다면 이런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진정 6자회담 재개를 바라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미사일 발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 사태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건 다른 문제다. 일상적인 경협과 남북 대화도 쉽게 중단해서는 안된다. 한반도와 관련된 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항상 한국이었던 만큼 길게 보고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이 즉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오판이긴 하지만 미국에 실질적 위협이 되는 건 아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지만 도발행위”라고 규정했다. 강경대응이 맞부닥쳐 상황이 파국으로 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현실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이 먼저 현실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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