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07 19:25
수정 : 2006.07.07 19:25
사설
북한이 지난 3일 오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연락장교 접촉을 7일 열자고 제의한 사실이 어제 공개됐다. 미사일을 발사하기 불과 이틀 전이었으니, 북한이 대화 제의마저 미사일 발사에 이용했다는 의심을 피할 순 없어 보인다.
접촉 제의 이후의 상황을 보면 더 그렇다. 북한은 3일 오후 2시 실무접촉 전화통지문을 보낸 뒤 이날 저녁 미사일에 연료 주입을 완료하고 연료통을 제거했다. 동해의 선박 항해도 금지시켰다. 정보 당국은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이런 징후를 포착했다. 그러나 4일 정보 당국은 대포동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50%로 판단했다. 나쁜 날씨 탓도 있었지만, 북한의 대화 제의도 혼선에 기여했음이 분명했다.
대화와 협상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서로 도움이 되는 길을 찾기 위해 마련된다. 불신을 조장하고,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것이라면 대화와 협상은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신뢰는 대화와 협상의 전제조건이다. 그동안 남북대화에서 북쪽이 거듭 강조해 왔던 것도 신뢰였다. 대화의 전제로 팀스피리트 등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주장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핵·미사일 등 위기 속에서 남북관계가 이나마 유지되는 것은 그동안 어렵사리 쌓아올린 신뢰에 바탕한 대화 때문이었다.
북한이 아무리 어려운 처지라 해도 대화 제의마저 긴장 조성에 이용했으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특히 남북 장성급 회담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를 논의하고 실천하기 위한 핵심 기구다. 선군체제 아래서 북한 군부는 다른 어떤 협상 단위보다 평화정착에 긴요한 대화 상대다. 얼마 전 남북이 합의한 열차 시험운행을 중단시킨 것도 군부였다. 이번 대화 제의도 군부가 했고 미사일 발사도 군부가 했다. 대화 제의의 진정성을 보여줄 증거가 어디에도 없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가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 남북관계가 영향받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남쪽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줘야 한다. 자신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남쪽은 대화를 피해선 안 된다. 만나서 따질 건 따지고 들을 건 들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다음주로 예정된 장관급 회담을 중단하지 않은 것은 타당하다. 북한의 의도에 대한 판단은 그때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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