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이 어제 서울에서 시작됐다. 이에 맞춰 ‘한-미 에프티에이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반대운동도 본격화했다. 내일 서울 도심 반대집회에는 5만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이에 맞서 220개 기동부대와 12대의 물대포를 동원해 질서유지에 나서기로 했다. 평화적 집회로 치러져야 하겠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서는 자칫 물리적인 충돌까지 우려된다.어떤 사안이건 시민들이 정부와 물리적으로 맞부딪치는 건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도 시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는 것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임무를 사실상 저버린 채 이 협정에 대해 팔짱만 끼고 있는 탓이 크다. 여야는 지난달 말 임시국회에서 ‘한-미 에프티에이특위’ 구성안을 통과시켰지만 아직까지 각당의 위원 명단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준비 등을 핑계거리로 삼고 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성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아직 위원장도 정하지 않고 있다. 뒤늦게 구성하더라도 국회가 여름철 하한정국에 들어간 만큼 9월 정기국회까지는 사실상 놀게 된다. 참으로 천하태평인 국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경제분야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등 우리나라의 장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중대 사안이다. 따라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그 협상 과정부터 나서서 세심하게 챙기는 것은 국회의 권함임과 동시에 의무다. 헌법 제60조는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이나 우호통상항해 조약 등의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권을 명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의 경우 통상교섭 전 과정을 의회가 관장하도록 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국회의 사전·사후 동의절차가 제대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국회가 뒷짐지고 있는 것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국회의 의무 방기 내지는 소극적인 자세를 말해주는 방증에 불과하다.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통상절차법 제정안을 서둘렀다면 깨끗이 해결됐을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통상절차법 제정도 마무리하기 바란다.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국회가 독자적으로 여론을 수렴하고 정부의 협상 과정을 감독해야 한다. 협상이 끝난 뒤 뒷북치는 게 국회의 구실이 아니다. 이렇게 자기 할 일 하지 않다가는 국회부터 해산하라는 요구가 터져나올지 모른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