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0 21:18
수정 : 2006.07.10 21:18
사설
올 들어 처음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 ‘에위니아’가 한반도 남쪽을 관통했다. 어제 오전 전남 진도에 상륙한 태풍은 밤 사이 호남과 충청·강원 등 내륙을 가로지르며 전국에 걸쳐 강풍을 동반한 집중호우를 뿌렸다. 다행히 내륙에 상륙한 뒤 위력은 크게 줄었지만 때마침 장마전선과 만조 시기가 겹치면서 곳곳에서 상당한 피해가 났다. 태풍이 동해상으로 완전히 빠져나가는 오늘 오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만큼 경계를 늦춰선 안 될 것이다.
정확한 피해 상황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태풍 경로의 오른쪽인 남해안과 영남, 강원 지역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다. 초속 30m를 웃도는 강풍과 시간당 50㎜가 넘는 폭우가 내린 곳도 많았다. 상당수 농경지와 주택·도로 등이 물에 잠겼고, 비닐하우스 등 시설 농작물도 큰 피해를 봤다. 도심에선 가로수가 쓰러지고 간판이 떨어지는 크고 작은 사고도 잇따랐다.
재해 당국은 이번 태풍으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를 정확히 파악해 복구와 지원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본격적인 장마철이어서 피해 지역에 또다른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닥칠 경우 피해 규모는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태풍 ‘루사’로 큰 피해를 본 지역들에서 복구가 늦어지는 바람에 이듬해 또다시 비 피해를 당한 전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예년에는 피해 상황을 파악한다는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예산 지원을 미루는 일도 많았다. 그러지 않아도 상심이 큰 피해 농가와 이재민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한반도에는 해마다 평균 3~4개의 크고 작은 태풍이 8월 말~9월 초에 집중적으로 몰려온다. 하지만 이번처럼 태풍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거나 막판에 경로가 바뀌는 등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장마 피해보다 예상치 못한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피해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때문에 해마다 비 피해 규모는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에 이른다.
자연 재해인 태풍과 집중호우로 말미암은 피해를 완전히 예방할 순 없다. 자연 재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규모가 대형화하면서 재해 당국의 어려움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복구 지원을 위한 효율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철저한 준비와 점검으로 사전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