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7.11 18:15 수정 : 2006.07.11 18:15

사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 정부의 발빠른 대응을 보고 있으면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라는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 일본은 유엔 안보리에 유엔헌장 7장을 근거로 한 북한 제재결의안을 제출하고 국제사회의 강경몰이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주말 결의안 처리를 밀어붙이려다 중국의 중재 노력을 지켜보자는 분위기에 밀려 일단 처리 연기에 동의했지만, 공세의 고삐는 놓지 않고 있다. 일본이 핵무기 보유를 ‘공언’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소 다로 외상이 비록 농담이라고 변명하기는 했지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고맙다는 취지의 말을 한 데는 다른 속셈이 감춰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1998년 8월 북한의 미사일(인공위성) 발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오부치 당시 내각은 북한 위협론을 배경 삼아 미-일 방위협력지침, 국기·국가제정법, 도청 관련법 등 우익의 묵은 과제들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이번에 고이즈미 내각의 핵심 각료들이 들고나온 것은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 검토론이다. 그것은 선제공격 능력을 담보하기 위한 군비 확대와 헌법 개정 논의로 바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선제공격 불사론은 일방적 행동주의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했던 부시 미국 행정부가 주로 거론해 물의를 빚었던 군사적 방침이다. 하지만 패전 뒤 평화헌법과 전수방위를 전가의 보도처럼 선전해 온 일본이 선제공격 능력 보유를 공론화하겠다고 몰아가는 것은 충격적이다. 마치 북한의 미사일이 도쿄 중심부에 떨어져 일본의 상징 건물이 폭삭 주저앉은 사건이 터진 것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다.

우리는 역사의식이 마비된 일본 각료들의 선제공격 검토 발언을 두고 엄중히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에 아직도 분단상태가 지속되고 천만 이산가족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는 데 대한 근원적 책임이 일본에 없다고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전후 일본이 부흥한 직접적 계기도 동족상잔이 벌어졌던 한국전쟁 특수에 있었다. 그런 일본이 한반도에 전쟁의 참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선제공격론을 서슴없이 거론하고 군사적 대응을 포함하는 제재결의안을 한국 정부와 사전 상의없이 추진하는 것은 지극히 방자한 행위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