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2 19:43
수정 : 2006.07.12 19:43
사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금융경영인 조찬회 자리에서 의미있는 말을 했다. 하나는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언급이고, 또 하나는 통화정책의 핵심인 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정치권과 정부에서 압박성 말을 서슴지 않는 데 대한 뼈 있는 충고였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두 가지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첫째는 목표금리 방향이고, 둘째는 현상황이 최적 균형에 가까운가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특히 주목되는 건, 현재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이 어떤 상태인지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는 두번째 관점이다. 그는 “지금이 최적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과거 미진했던 것을 시정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4월 이 총재가 취임할 때 우리는 그의 앞에 놓인 과제 중 하나가 지나치게 풀린 돈을 줄여나가는 일이라고 한 바 있다. 넘치는 돈이 투기자금이 돼 부동산값을 부풀렸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은의 책임이 큰 만큼 수습 역시 한은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점에서, 그의 인식은 적절하다. 빈말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통화정책을 중앙은행 고유권한으로 둔 것은 성장으로 기울기 쉬운 정부 재정정책을 견제해 균형의 묘를 살리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정부 관계자들은 틈만 나면 통화정책에 간섭하는 듯한 발언을 해 왔다. 최근엔 정치권도 가세했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은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우리도 덩달아 올리는 것은 문제”라며 원색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한은에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례적 월권이었다. 이 총재가 에둘러 비판한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정책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은 지나치게 성장 쪽에만 경도돼 있다”며 “각 분야에서 서로 자기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이 허투루 들어선 안 될 말이다.
이런 논란이 자주 일어나는 배경에는 한은은 물가만 잡으면 된다는 식의 정치권과 정부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통화정책이 돈의 양을 조절하는 양적 규제에서 1998년 물가안정 목표에 맞춘 콜금리 조절로 바뀐 뒤, 한은은 돈의 양을 조절하는 데 실패했다. 그 후유증이 부동산 거품으로 나타났다. 차제에 통화정책 틀을 고쳐 정책 유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심각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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