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3 18:45
수정 : 2006.07.13 18:45
사설
북한을 6자 회담에 복귀시키려는 노력이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부산에서 열린 제19차 남북 장관급 회담은 공동보도문도 내지 못한 채 하루 일찍 끝났다. 처음 있는 일이다. 평양을 방문 중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설득도 호응을 거의 얻지 못한 듯하다. 곧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비난·제재 결의안이 본격 논의되고, 미국과 일본은 별도로 제재 강화에 나설 태세다. 북한은 자신의 잘못된 판단이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
장관급 회담 북쪽 대표단의 행태는 북한 지도부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사고를 하는지 보여준다. 북쪽은 자신의 미사일 발사가 빚어낸 파장을 애써 무시하고 일방적인 주장과 경제 지원 요구를 되풀이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고받기를 통해 결과물을 축적해 온 지난 회담들에 비해 후퇴한 양상이다. ‘북쪽의 선군정치가 남쪽을 지켜주고 있다’는 강변은 북쪽의 기본적인 정세판단 능력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전술적인 발언이라면 오만하고 유치하며, 북한 지도부의 생각이 정말 그렇다면 위험하다. 미사일, 6자 회담 문제에서 가닥이 잡힐 때까지 남북 관계가 경색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북한의 처지를 이해하려 해 온 중국도 이번에는 상당한 좌절감을 나타내고 있다. 미사일 발사를 미리 통보받지 못한데다 이후 설득에도 북한이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 그럴 만도 하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주장한 애초 자세에서 ‘제재 없는 대북 결의안’ 채택으로 후퇴한 것은 북한의 고립이 그만큼 심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모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조처는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뿐이다. 북한이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 문제도 6자 회담 틀 안에서 논의하면 된다. 미국도 지금은 완강한 태도이지만 일단 회담이 시작되면 일정한 양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사일 발사는 북한에 대한 지구촌의 인식을 악화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은 더 궁지에 몰리고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게 된다. 미국 쪽 6자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어제 베이징을 떠나면서 “북한은 역사적인 순간에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북한은 지금 한쪽은 고립·대결, 다른 쪽은 공존·협상으로 향하는 갈림길 앞에 서 있다. 북한이 최대한 빨리 6자 회담 복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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