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3 21:02
수정 : 2006.07.13 21:02
사설
생명보험사 상장 자문위원회의 상장 초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보사는 상호회사 성격이 없는 주식회사며, 그동안 보험계약자에게 배당을 적절히 해왔고, 자산재평가에 따른 내부유보액도 주식으로 나눠줄 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결론은 간단하다. 생보사 상장 때 계약자에게 나눠줄 주식은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16년 동안 생보사 상장 문제가 미뤄진 건, 계약자 몫을 얼마로 볼 것인지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탓이었는데 이제와서 아예 없다고 하니 황당하다. 업계, 특히 삼성생명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인 모양새다.
생보사 성격을 하나하나 따지기엔 너무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일반 주식회사와 달리 생보사 자산이 모두 주주 것이 아니라는 건 오히려 상식이다. 자산이 주로 계약자 돈으로 형성돼 왔고, 결손도 계약자 몫으로 메워왔다. 1989~90년 생보사 자산재평가 때도 정부가 나서 재평가 차익의 70%를 계약자 몫으로 인정한 바 있지 않나. 이익 배당이 적절히 이뤄져왔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분석방법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는데, 자문위는 분석방법은 공개 않고 결론만 믿으라고 한다.
이번 초안은 1999년과 2003년 자문위 안과도 판이하다. 후퇴가 아니라 뒤집었다. 이전 두 안은 생보사 자산에 주주 몫과 계약자 몫이 섞여 있음을 분명히 했다. 어떻게 나눌지가 난제였을 뿐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뿌리부터 바뀌었는지, 자문위는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그 까닭을 소명해야 마땅하다. 국민이자 계약자 몫이어야 할 수조원의 상장 차익이 고스란히 재벌 대주주에게 넘어갈 판인데 어물쩍 넘길 순 없다.
생보사 상장은 자본 확충과 지배구조 개선, 삼성자동차 빚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마냥 미룰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세계은행도 인정한 계약자 기여도를 원천 부인한 이번 초안을 밀어붙였다간 더 큰 불씨를 남길 게 불 보듯 뻔하다. 생보사들은 국민 정서를 감안해 공익기금을 내놓겠다고 하나, 우는 아이에 떡 하나 주는 격이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번 안은 금융감독위원회 승인을 얻으면 최종 확정된다. 안 마련 과정에 금융감독 당국 고위층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세간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조처를 수많은 계약자들이 주시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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