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4 19:57
수정 : 2006.07.14 19:57
사설
납치된 자국 병사를 구출한다는 명분으로 팔레스타인을 침공했던 이스라엘군이 같은 구실을 내세워 레바논을 침공함으로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자칫하면 이스라엘-아랍 일부국 사이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국제사회 역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이스라엘 병사들을 살해하고 납치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헤즈볼라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를 빌미로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민간인들에게까지 포탄을 퍼붓고 공항·도로 등 민간시설에 무차별 폭격을 하는 이스라엘의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지난달 25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병사 두 명을 죽이고 한 명을 납치한 지 2주일 만에 팔레스타인에서 레바논까지 전선을 넓혔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가 12일 레바논의 헤즈볼라 병사들이 이스라엘 군인을 죽이고 납치한 것을 ‘전쟁 행위’라며 보복 공격을 승인함에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압도적인 무력을 동원해 베이루트 국제공항과 헤즈볼라 거점 등에 무차별 공격을 감행했고, 육상·해상을 봉쇄한 채 대공습을 공언하고 있다. 외신들은 피난민 행렬이 늘어선 현지 모습이 레바논 내전 당시를 방불케 한다고 전한다.
더 큰 문제는 이스라엘이 “문제의 근원은 시리아와 이란”이라며 시리아 공격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에 맞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시리아를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은 “강력한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어 자칫 시리아, 이란 등 주변 지역으로 불똥이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중동지역의 불안은 극단주의 세력을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사회는 무장단체들에게 납치 군인들을 석방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공격을 즉각 중단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특히 이스라엘에 공격 중단을 요구한 유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미국은 외교적 해결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합법적으로 구성된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원조 중단 등의 결정을 내림으로써 이 지역 민심이 온건론에 등을 돌리게 해 현재와 같은 위기를 부른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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