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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총수 가족의 ‘초고속 승진’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가족 3명이 한꺼번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은 며칠 전 정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씨와 셋째사위 신성재씨, 조카 정일선씨를 기아차 등의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35~37살인 나이 등으로 보아 초고속 승진임에 틀림없다. 여느 경우라면 축하받을 법한 일이다. 하지만 걱정하는 소리가 적잖이 나오는 것은 웬일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총수 가족이라는 이유로 경영능력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기업의 최고위직에 앉혔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의 모범이 돼야 할 현대차그룹이 이런 인사를 하다니 안타깝다. 외환위기를 겪고도 전근대적 세습경영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의선씨가 사장을 맡은 기아차 등은 단순한 개인 기업 또는 중소기업이 아니다.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구실이나 지분 구조 등으로 보아 국민기업이나 다를 바 없다. 만일 이런 기업이 잘못되면 파장이 얼마나 큰지는 그동안 많이 보아왔다. 전문적인 경영 능력을 갖춘 사람이 사장 등 중요한 자리에 앉아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씨 등이 그런지는 의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의식한 듯 대주주 일가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번 인사가 이뤄졌다고 말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대주주 책임 경영이 전문 경영을 담보해주지 않는데다 실제로 이를 앞세우면서 방만하고 무책임한 경영을 한 기업들이 많지 않은가.
자식이, 가족이 귀중하다고 해서 대기업의 경영을 덥석 맡기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못 된다는 것은 경영학의 상식이다. 경영 능력이 없으면 선진국 대주주처럼 기업의 일상적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지분 권리 등만 행사하는 게 자신들에게도 이득이 되고 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재벌그룹에서는 아직도 세습경영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재벌 개혁을 한다고 해왔지만 기업들이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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