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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못 미친 한·미·일 ‘북핵 조율’ |
26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미국·일본의 북핵 고위급 회의는 북한이 더 지체하지 말고 6자 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고, 6자 회담장에서 북한이 관심을 가졌던 모든 사항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북한의 회담 복귀 방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했지만, 밝힐 수 없다”고 다소 진전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협의가 특별히 관심을 모은 것은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평양 방문 결과가 전달된 상태에서 세 나라의 공동대응 방안을 조율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 나라의 6자 회담 수석대표가 모두 바뀐 뒤 처음으로 만난 것이기에 앞으로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도 이목을 끌었다. 그런 뜻에서 본다면 북한 핵 문제를 6자 회담을 통해 평화·외교적으로 푼다는 원칙론이 거듭 천명된 것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3국의 미묘한 차이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한국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 반면,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은 뚜렷한 태도변화 없이 여전히 강경한 자세를 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납북자 가짜유골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된 일본은 외교적 압박 등 미국보다 더 강경한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자 회담 조건 성숙’과 ‘미국의 믿을 만한 성의와 행동’을 촉구한 터에 세 나라 대표들이 보인 이런 소극적 태도는 북한의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체적 알맹이 없이 회담장에 나오면 여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약속 정도로는 회담의 성과를 의심하는 북한의 근본적 불신을 씻을 수 없을 터이다. 6자 회담 개최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한동안 진행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미·일 3국, 특히 미국은 좀더 전향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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