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7 18:04
수정 : 2006.07.17 18:04
사설
기록적인 장맛비로 전국이 초토화될 지경이다. 지금까지 5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수천 가구가 물에 잠겼다. 도로와 농지가 유실·침수된 곳은 부지기수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추가 피해다. 이번 비로 주요 하천들이 범람 위기를 겪었고 곳곳의 지반은 매우 약해진 상태다. 주말 중부지역에 장대비를 쏟고 남하한 장마전선은 앞으로도 사나흘 비를 더 뿌릴 것이라고 한다. 겨우 한숨 돌린 중부권은 물론 얼마 전 태풍 에위니아가 덮친 남부지역 모두 2차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부권 비는 유난히 산사태 피해가 컸다. 강원 일대 도로 수십곳이 토사와 낙석으로 막혔다. 지난해 보수한 곳이 또 무너진 데도 여럿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를 줄이려고 무리한 공사를 해서 급경사가 늘었지만 사태에 대비한 안전장치는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지금도 산허리를 함부로 잘라내 보기에도 위험스런 경사면이 한둘 아니다. 정해진 기준을 제대로 지켰는지, 기준 자체가 너무 느슨한 건 아닌지 꼼꼼히 점검해 보완해야 할 것이다.
산을 마구 파헤치면 토사가 흘러든 계곡과 강물은 범람 위험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마구잡이 개발이 자연의 자체 치유력을 떨어뜨려 결국 우리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는 셈이다. 방재시설 확충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치수 및 방재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방재 당국은 기록적인 폭우만 탓할 일이 아니다. 안양천 둑이 터져 일부 주택가가 물에 잠긴 건 인근 지하철 공사장의 안전 불감증 때문이었다. 며칠 전 일산 지하철 역이 침수된 이유도 비슷했다. 산사태가 난 영동고속도로에서는 늑장 통제로 차량들이 도로에 갇히는 일이 재연됐다. 국지성 집중호우에는 무용지물이 되고마는 기상예보 시스템 문제도 다시 확인됐다. 언제쯤에나 이런 후진국형 ‘인재’ 논란이 없어질지 답답할 따름이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복구 지원을 서두르는 건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피해 재발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항구적 복구가 아닌 땜질식 복구에 머물러선 안 된다. 재해 예산 나눠먹기 등의 폐해만 줄여도 해마다 똑같은 피해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재해 규모와 위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정부가 각종 방재 기준과 안전 대책을 한층 강화하는 일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재해 예산의 60%가 복구비로 쓰이는 현실을 생각한면 적극적인 방재 투자는 오히려 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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