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7.18 19:38 수정 : 2006.07.18 19:38

사설

기업들은 그동안 노동 유연성과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면 비정규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 또한 이런 주장에 동조해 비정규직 고용 관련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비정규직 활용이 정말 경제에 이로운지는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다. 별 근거없이 기정사실로 취급되어 왔고, 극히 일부에서만 반론을 제기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이 기업 경영에 별로 이로울 게 없다는 실증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이시균·김정우 연구원은 최근 비정규직 고용이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비정규직을 쓴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8.9% 하락했고 비정규직을 쓰는 기업이 비정규직을 더 늘릴 경우 생산성이 6.8% 떨어졌다고 한다. 게다가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면 당기순이익 하락이라는 부작용까지 나타났다. 이 연구는 기업 2000여곳을 상대로 매년 벌이는 사업체 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그동안 기업이나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 너무나 다른 결과인데, 사실 비슷한 연구는 그 전에도 있었다. 2004년 국내 최초로 이 문제를 분석한 논문(저자 권순식)은 비정규직 고용이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볼 때, 비정규직 활용이 기업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고 결국 국가 경제에도 이로울 것이라는 주장이야말로 별 설득력이 없다.

비정규직이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건, 고용이 불안하고 이직이 잦으므로 전문성을 기르기 어려운 점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제 경쟁력을 위해 고부가가치 위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데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이렇듯 비정규직 확산이 노동자의 생활수준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까지 떨어뜨린다면, 비정규직을 늘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약간의 인건비를 절감하자고 더 큰 것을 잃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대기업보다는 경영 상태가 나쁜 중소기업들을 위해 비정규직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이번 조사를 보면 비정규직을 주로 쓰는 곳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이었다. 결국 기업들의 비정규직 확대 요구는 몇몇 대기업들이 장기 고용의 부담을 덜려는 계산에서 주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제 정부와 기업들은 비정규직 정책을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